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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환멸

등록일 2012-06-22 19:30 게재일 2012-06-2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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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

남녀 간에는 만나자말자 눈에 또는 서서히 사랑에 빠져 들면 장래의 행복을 생각하게 된다. 둘은 함께 새로운 지평을 향해 박차고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드려 한다. 그 사람들은 늘 기쁘고 명랑하며 행복해 보인다. 웃음 띈 얼굴로 매사에 자신감을 갖는다.

젊은이는 부모를 떠나서 상대자와 함께 살면서 스스로가 만족한다. 때로는 지금까지 사회에서 통용되던 활동 한계를 좋은 기분으로 넘어 서기도 하면서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자기는 그 행동을 용기로 여기지만 주위 사람들은 종종 조금 과격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상대에게서 어떤 특징을 발견해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상대에게 기쁨과 찬사를 보내고 인정해 줌으로써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서로 사이에는 생각의 방향, 정서, 취미 등이 균형을 이룬다면 두 사람은 자신들의 능력을 펼치는데 최고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런 형평은 관계가 시작될 때부터 죽음이나 두 사람이 헤어지기까지는 잘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살아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방향 설정이라든지 현실의 이해에서 차이를 소화해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때 서로는 상대자에게서 예속이나 방기를 당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또는 서로의 융합은 종속되는 듯해 개인의 정체성이 위협을 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삶의 자세가 붕괴되는 것 같아서 두 사람의 관계가 점차 와해될 수도 있다. 그들은 서로가 깊이 빠져 들기 전에 먼저 자기보호적인 자세를 갖기도 한다.

마주보며 사랑하는 두 사람은 자신의 잠재력을 그들 사이에서 최대한 전개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런 것은 자기중심적인 요구가 되기 쉽고 그래서 결국 난관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 이해관계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차차 그들은 마음에서 점차 멀어지게 된다.

또 한 가지는 성적인 문제다. 결혼 관계가 지속될수록 성생활의 만족도는 떨어지는데 이것을 사람들은 태연히 받아 드린다. 그 결과로 일어나는 바람기는 배우자의 영혼을 파괴시킨다. 헤어진 이유의 제일 큰 것이 `외도`이다. 신뢰를 배반하는 행위로서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심각한 상처를 입힌다. 이것은 심대한 불균형을 만든다.

성에만 국한된 일시적 외도는 조금이라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숨겨둔 사람과 긴밀한 정신적 결합이나 우정의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이때 공동생활을 하는 두 사람의 사랑은 크게 위협을 당한다. 어느 커플에나 성격차이. 외도,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 등의 문제에서 공개적이든 잠재적이든 긴장이 있게 마련이다.

서로가 상대에게서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을 발견한다면 상대자의 발전에 기대를 걸었던 희망이 깨지고 환멸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활동에 긍정적인 관심이 없다고 느낄 때 상대는 격한 모멸감을 느낀다. 이때의 느낌은 고통이며 공생관계를 깨뜨리고 한계를 실감케 하면서 양 파트너를 갈라놓을 수 있다. 그는 그곳에서 빠져 나오려고 한다. 사랑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느껴서 드디어 둘만의 세상에서 밖으로 나와버리게 될 수가 있다.

이것이 계속되면 증오로 변한다. 그러다가 사랑의 불꽃이 완전히 꺼지면 증오는 무관심으로 바뀐다. 상대자의 무관심은 그 파트너 없이 지내던 때보다 더 큰 고독을 느끼게 한다. 상황을 바꿀 능력은 있어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나쁜 상황은 계속된다.

오늘날 많은 커플에서는 사랑을 위한 싸움을 하는 능력과 의지가 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 차라리 싸우기보다 일정 거리를 두려고 한다. 둘의 관계는 서먹해지고 황량해 진다. 재시도가 어려우면 차라리 그만 두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향해 인내를 가지고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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