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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 엄 원 태

등록일 2012-06-13 21:20 게재일 2012-06-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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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그치자 저녁이다 내 가고자 하는 곳 있는데 못 가는 게 아닌데 안 가는 것도 아닌데 벌써 저녁엔 종일 일어서던 마음을 어떻게든 앉혀야 할 게다 뜨물에 쌀을 안치듯 빗물로라도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리라, 하고 앉아서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저녁이다 종일 빗속을 생각의 나비들, 잠자리들이 날아다녔다 젖어가는 날개 가진 것들의 젖어가는 마음을 이제 조금은 알겠다 저녁이 되어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늙어가는 어떤 마음에 다름아닌 것을…. 뽀얗게 우러나는 마음의 뜨물 같은 것을…. 비가 그 무슨 말씀인가를 전해주었나 보다

날이 저문다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시간의 끝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저녁을 느끼기 전에 사실은 저녁이 하마 와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하루의 끝으로서의 저녁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모든 시작은 이미 끝을 물고 있거나 그 시작이 이미 끝을 의미하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 앞에 너무 많은, 적은 시간들이 산적해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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