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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학생' 당일 행적 추척해 보니…

김영태기자
등록일 2012-06-07 21:37 게재일 2012-06-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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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래요, 밤에, 학교로, 때리겠죠”
지난 2일 투신 자살한 수성고 1년 김모군의 사망 당일 행적이 경찰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6일 수성경찰서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 2일 오전 7시5분께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김모군을 포함해서 중학교 시절부터 축구를 해온 동아리 학생 4명 등 모두 13명과 함께 수성구 모 고교에서 1시간20분 정도 축구시합을 벌였다. 이어 이들 일행은 인근 중학교로 옮겨 축구를 더하려 했다가 다시 다른 초교에서 3분정도 몸을 풀다가 일부 회원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오전 9시16분께 4명의 회원과 함께 인근의 한 PC방으로 향했다.

◆2일 오전 7시5분

-축구동아리 학생 등 13명과 축구시합

◆9시16분

-4명의 회원과 PC방서 게임

-가해학생 게임 끝 날때까지 기다림

-가해학생 이용료 3천400원까지 지불

◆오후 2시24분~2시간여 동안

-“나오래요, 밤에, 때리겠죠…”

-카톡에 글 남겨

◆오후 4시26분

-투신 아파트 도착

-옥상 또는 복도서 2시간 30분 보냄

◆오후 7시15분

-15층 옥상서 투신

1시간40분 정도가 지난 오전 11시5분께 김군은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김군의 PC방 이용료 3천400원을 내고 함께 나왔고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집으로 귀가할 때까지 김군이 가해학생과 한동안 시간을 보낸 것으로 추정됐다.

PC방 CCTV에는 고개를 숙이고 축구공을 한손에 들고 있는 김군이 가해학생의 게임이 끝날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이 그대로 녹화돼 있어 3년여 동안 이들 사이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짐작케 한다는 경찰 관계자의 분석이다. 투신하기 전 김군은 이 순간을 인터넷 축구동우회 친구와의 2시간에 걸친 카카오 톡에 그대로 올려놓았다.

이날 오후 2시24분께 김군은 친구가 카톡을 통해 `너 죽으려는 거 아니지'라고 물으니 `오늘, 다 끝날듯, 하네요'라고 답했고 `꼭 싸워야겠냐'는 질문에 김군은 `나오래요, 밤에, 학교로, 때리겠죠'라며 응답하면서 무슨 이유라고 묻자 `깝쳤대요'라고 밝혔다.

경찰은 카카오 톡 대화를 통해 김군이 가해 학생 김군의 강요로 사건 당일 밤에 만날 것을 두려워해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경찰은 PC방에서 평소와 달리 온라인 축구게임에서 쉽게 이기자 김군에게 게임을 성의없이 했다는 이유로 가해학생이 “야 이XX야”라며 욕설을 했고 귀가한 김군은 카카오 톡으로 `스스로 죽을 예정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히'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을 확인했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둘 사이에 어떤 문제나 갈등이 촉발됐을 개연성이 있다”며 “하지만 경북대병원에서 실시한 시신 부검 결과 폭행에 의한 상처는 나타나지 않은 만큼 몸싸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귀가한 뒤 김 군은 4시간여가량을 집에서 머무르다 오후 4시9분께 지인에게 마지막 카카오 톡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전화는 집에 둔 채로 집을 나섰다.

오후 4시26분께 김군은 자신이 투신 장소로 선택한 인근 아파트 102동 CCTV에는 엘리베이터를 탄 모습을 보였고 아파트 옥상이나 15층 복도에서 2시간30분여를 머무르다 이날 저녁 7시5분께 결국 투신하기에 이르렀다. 이 시간이 15살인 김군에게는 너무나도 괴롭고 힘든 시간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경찰은 현장 조사를 통해 “김 군이 막상 자살을 결심하고 아파트에 올라갔지만, 한동안 생사의 기로에서 번민에 번민을 거듭하다 끝내 몸을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일단 원인을 알고 싶다. 아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경찰과 교육청은 뭐든지 덮으려 하지 말고 정확하게 원인을 밝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태기자 piusk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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