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물어뜯겼는지
반나마 더 깎인 저기 저 달
아니 아직은 주량을 못다 채웠겠지
앞의 사내가 주인을 불러 다시 소주를 청한다
하필이면 남편이 운전해 가던 차에
곁에 앉은 아내만 즉사했나
아무리 채워도 텅텅 비는지
자꾸 달의 이면을 들춰보자고 우기는 사내
벌써 소주가 세 병째다
풍랑이 이는가 시야를 거두며 배들
돌아 돌아들 간다 섬의 뒤쪽으로
거기 포구가 있다는 게지 끝내 게워놓지 못할
환하거나 어두운 생의 허기
뜯겨버린 달의 반쪽 같은 것!
달은 우리네 삶의 환희와 질곡을 다 내려다보는 존재이다. 이 시에 제시되는 참담한 슬픔 같은 것들을 들여다보는 존재이다. 달의 뒤쪽에 포구라는 안식처가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생의 모든 것을 그에게 보여주고 그에게 빌기도 하고 하소연하기도 하고 의지하고픈 마음으로 그를 본다. 변함없는 우주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