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직도 거기 남았나요?
저 후춧가루 같은 황사의 뒤에
녹내 나는 햇살 뒤에
어느 거인의 오줌줄기 같은 소나기의 뒤에
저 오랜 탯줄의
끝에
현실의 여러 제한과 아픔 속에서도 누군가는 푸르게 깨어 있어 그 시대를, 현실을, 역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뛰어들어 치열하게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길은 적어도 한 시대가 흘러가는 역사적 시간으로서의 길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후춧가루 같은 황사 같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거인의 오줌줄기 같은 소나기, 폭력과 왜곡이 난무한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는 잠들지 않고 그 현실을 목도하고 뜨겁게 대응하며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확신을 시인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