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곁을 떠나 선생님들과 도시 체험을 하게 되어 너무나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청송 파천초등학교(교장 김종상) 전교생 67명은 최근 2박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인천 등 도심지 체험학습을 했다.
서울 휘경초등학교(교장 김성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체험은 도시와 농촌간 학습방법과 문화의 차이를 체험하는 기회였다.
지난 16일 오전 7시 이른 아침, 학생들은 잠도 들깬 채 부모들의 품에서 뛰쳐나와 통학버스에 몸을 싣고 학교에 모였다.
설레임 반, 걱정반 속에 출발한 아이들의 체험학습은 학교 정문을 나서면서 시작됐다.
놀이공원·야구장·청와대·경복궁서 체험학습하고서울 휘경초교서 공부하고 새로운 친구도 만들고
돌아오는 길엔 통일전망대·박물관서 산 역사교육
오전 11시 용인 에버랜드에 도착한 아이들은 출입문에서부터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외국에 온것 같은 기분들이어서 빨리 입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학년들은 선생님들의 인솔 아래 놀이기구를 즐겼고 고학년들은 집합 장소와 시간을 알려주자 쏜살같이 놀이기구로 향했다.
이날은 전국에서 모여든 소풍, 수학여행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지만 시골초등생들은 지친 줄도 모른 채 놀이기구 앞에서 길게 줄을 서 순서를 기다렸다.
기념촬영하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 선물도 사는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들도 보였다. 에버랜드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은 전세버스에 몸을 싣고 인천 문학야구장으로 이동했다.
놀이기구를 너무 즐겨 피곤한 탓인지 점심을 먹은 탓인지 출발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오후 4시께 인천문학야구장 도착했다. SK와이번스(구단주 민경삼) 야구단 소속 직원들이 마중을 나와 아이들을 반겼다.
아이들은 TV에서만 보는 야구장 직접 보고 “우∼와”라는 탄성을 질렀다. 경기관람 전 와이번스 구단에서 운영하는 SQ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SQ는 Sports Quotient(스포츠 지수)의 약자로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척도로 패기, 활력, 배려, 사회성 등 스포츠와 관련된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스포츠 지수다.
아이들은 코치들의 지도아래 스텝검사, 약력검사, 윗몸앞으로 굽히기, 제자리멀리뛰기, 체성분검사를 받았다. 또 소형 새싹 야구장에서 야구 글러브를 끼고 공을 주고 받기와 베이스볼 클리닉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오후 6시30분 이날은 LG 트윈스와의 프로야구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관람에 앞서 이만수 감독이 직접 나와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해줬다.
바쁜 시간에서도 아이들을 기쁘게 맞아준 이 감독은 “재밌게 야구 구경 잘하고 응원 열심히 해라”고 한마디 건넸다.
관람석으로 올라간 아이들은 난생 처음 야구 경기를 직접 지켜보며 마냥 신이 났다. 시간이 갈수록 기온차가 심해 다소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박수를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열심히 응원전을 펼쳤다.
인천 월미도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숙소에 도착한 아이들은 처음으로 집을 떠난 두려움과 하루종일의 일정이 피곤해서 인지 이내 깊은 잠에 빠졌다.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공동체험학습과정으로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휘경초등학교로 향했다.
휘경초등학교는 1959년 10월 개교해 지금까지 2만6천900여명의 인재를 배출하고 31학급(특수반 2개반)으로 학생 수는 총 656명이다.
김성수 휘경초 교장은 “농촌지역 어린이 답지 않게 발랄하고 너무나 씩씩해 보이고 장거리 여행인데도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이 밝았다”며 “도시에서의 문화체험을 마음껏 누리고 휘경초에서 새로운 학습도 배우고 익혀 훌륭한 청송의 일꾼으로 자라 줄 것”을 당부했다.
아이들은 2명씩 조를 나눠 휘경초에서 공동학습을 하고 이곳 학교 친구들과 친구 맺기도 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마치 예전에 알았던 친구처럼 친해졌다.
급식소에서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아이들은 기념촬영을 마치고 전세버스에 올랐다. 휘경초 학생들은 잠시지만 정이 들었는지 손을 흔들며 작별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전세버스가 교문을 빠져나갈 때까지 목을 내어 학교를 바라보며 “얘들아 잘있어. 다음에 꼭 만나자”고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이는 다른 학교의 학습 환경과 생활 모습을 이해하고 단체 생활을 통해 협동하고 양보하는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이들을 실은 전세버스는 청와대로 향했다. 만남의 광장 주차장에서 인원점검을 하자 아이들은 긴장했는지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양복을 입은 경호원 아저씨들의 매서운 눈빛에 주눅이 들었듯 보였다.
전세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경호원 아저씨들의 인솔하에 청와대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대통령이 하는 일, 주요시설물 안내를 동영상으로 먼저 시청한 후 외빈 접견을 하는 상춘재, 기자회견장으로 사용되는 춘추관, 대규모회의와 외국국빈들을 위한 공식행사장인 영빈관 등을 구경했다.
혹시나 대통령이 보일까 목이 빠져라 지켜보는 아이, 경호 차량에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청와대를 나와 경복궁 일대를 둘러보고 전세버스는 강화도로 향했다.
체험학습 마지막날인 18일 아이들은 우리나라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곳인 강화평화전망대를 찾았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한주민의 생활상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남북한의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해 평화적 통일의 기반을 다져 나가는 문화관광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건설됐다.
이날 전망대에서는 망원경으로 북한의 실상을 보려 했지만 안개가 자욱해 자세히는 보질 못하고 해설사의 설명에 만족했다.
아이들은 인근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 앞에서 기념촬영도 가졌다. 이어 강화역사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사적 제137호인 강화 고인돌 공원내에 위치한 이곳 박물관은 천년 역사와 문화를 자랑하는 강화 문화유산을 보존 활용하기 위한 전시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 박물관에는 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까지 강화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다향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또 강화의 열린 바닷길 이야기, 갯벌과 저어새의 땅, 고인돌과 초지진 소나무 이야기 등의 영상물도 시청했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마니산 참성단, 전등사, 팔만대장경, 삼별초, 조선시대 외규장각, 초지진, 광성보, 강화도조약 등 수많은 이야기꺼리를 간직한 자연체험장이지만 청송에서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평소 체험하기 어려웠다.
모든 체험일정을 마치고 이날 오후 6시30분 학교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마중 나온 부모들의 근심어린 걱정을 뒤로하고 보고 듣고 느낀 점, 그대로를 얘기하느라 마냥 신이 났다.
이번 도심지 문화체험은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도시를 알고 넓은 세상에 대한 견문을 넓히고, 우정과 사랑, 인성을 길러는 값진 선물이었다.
파천초의 도심지 문화체험학습은 지난해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학교의 대표 행사로 자리를 잡고 있다.
청송/김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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