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저녁 공양 잘 하시고
절마당도 두어 번 말끔하게 쓸어놓으시고
서산 해 넘어가자 문턱 하나 넘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자리를 옮기신다
고무줄 하나 당기고 있다가 탁 놓아버리듯
훌쩍 떨어져 내린 못난 땡감 하나
뭇 새들이 그냥 지나가도록 그 땡감 떫고 떫어
참 다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헛물만 켜고 간 배고픈 새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고 땡감은 생각하고
노스님을 떨구어낸 감나무
이제 좀 홀가분해 팔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통도사 노스님의 열반을 못난 땡감 하나 떨어지는 상황에 비유한 매우 해학적인 작품이다. 평생을 구도자의 험난한 길을 걷다 돌아가신 노스님의 입적을 바라보는 시인의 애도와 경외심이 녹아있는 시이다. 한 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숭엄한 느낌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