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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땡감 하나...최 영 철

등록일 2012-05-22 21:10 게재일 2012-05-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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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님 한 분 석가와 같은 날로 입적 잡아놓고

그날 아침저녁 공양 잘 하시고

절마당도 두어 번 말끔하게 쓸어놓으시고

서산 해 넘어가자 문턱 하나 넘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자리를 옮기신다

고무줄 하나 당기고 있다가 탁 놓아버리듯

훌쩍 떨어져 내린 못난 땡감 하나

뭇 새들이 그냥 지나가도록 그 땡감 떫고 떫어

참 다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헛물만 켜고 간 배고픈 새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고 땡감은 생각하고

노스님을 떨구어낸 감나무

이제 좀 홀가분해 팔기지개를 켜기 시작하고

통도사 노스님의 열반을 못난 땡감 하나 떨어지는 상황에 비유한 매우 해학적인 작품이다. 평생을 구도자의 험난한 길을 걷다 돌아가신 노스님의 입적을 바라보는 시인의 애도와 경외심이 녹아있는 시이다. 한 편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숭엄한 느낌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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