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다소곳했던 하늘이
다시 객기를 부린다
얼결에 애를 낳은
깻잎머리, 깡뚱치마, 아슬아슬 배꼽티 걸친 계집아이들이
홍홍 선홍빛 피멍울을 점점이 뱉어내며
풀쩍이고 있다
지나가는 갈마바람이
흔들어 보다가
어이쿠, 무서워 도망간다
봄비 내린 뒤 선홍빛 영산홍이 피었다. 짙붉은 피멍울을 뱉어내듯이 붉게 피어오른 영산홍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이 강한 생명감에 가 닿아있다. 그 강렬한 봄의 생명력이 뻗친 봄 천지를 지나는 갈마바람조차도 무서워서 도망을 갈 정도로 선명하고 강렬한 기운이 넘쳐 남을 느낄 수 있다. 엄동을 건너 우리네 가슴에도 짙붉은 영산홍 그 핏빛 꽃송이 몇 피어났으면 좋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