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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튼 양파들 ...조 말 선

등록일 2012-05-16 21:49 게재일 2012-05-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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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걸었다 아무도 받지 않았다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 신호음을 들었다 나는 한번 시도한 일은 멈출 줄 몰랐다 나는 한번 들러선 길은 돌아갈 줄 몰랐다 뚜, 뚜, 뚜 듣지 못한 응답이 나에게로 돌아와 꽂혔다 차창 밖으로 발개진 꽃잎들의 통화가 소란스러워졌다 세상은 모두 통화중이었다 나는 나에게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안에 통화중 신호음이 가득 차올랐다 귓바퀴가 수백 다발의 코일을 빨아들였다 나는 나의 고백을 듣고 있었다 도대체 나는 어디 간 거야, 나는 나의 응답을 찾지 않았다 나는 고독해졌다 나는 팽창했다 귓속에서 입이 찢어졌다 백년은 늙은 내 입 속에서 푸르른 말들이 나를 겨냥했다

전화는 소통의 매체이다. 그런데 전화를 걸었을 때 통화중 신호음이 연속적으로 들려올 때 우리는 어떤 캄캄하고 높은, 막막한 벽을 느낄 때가 있다. 극심한 단절감이나 소외감을 느낀다. 고립과 소외, 이것은 비단 전화에 국한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인들이 자주 부닥치는 심리적 장애인 것이다. 우리 입 속에도 푸르른 말들이 아직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것일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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