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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 정 일 근

등록일 2012-05-15 21:28 게재일 2012-05-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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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수수방관 얼어버렸다

땅이 속수무책 얼어버렸다

그 사이 은현리 수도꼭지

혼자 깨어 얼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물 한 방울

또르르 굴려 똑, 떨어질 때

저 뜨거운 피

엄동설한에 얼어버린 천지를 본다. 그런데 은현리 시인의 거처에 있는 수도꼭지는 그 추위 속에서도 한 방울 한 방울 혼신의 힘을 다해 떨어뜨리고 있다. 스스로 깨어있어 얼어붙지 않기 위해서다. 이 사소한 일에서 시인의 인생의 진리를 발견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그 위기를 뚫고 나아간다면 아름다운 성취에 이르를 수 있지 않을까. 밤 새 똑 똑 떨어지는 수돗물, 저 뜨거운 피를 보면서 시인은 무언의 웅변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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