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청렴조사 적발시 중징계… 교사·학생들 선물 주고 받기도 걱정 <br> 체육대회·동행여행 등 사제소통… 대구·경북교육청도 큰 행사 없어
“교육과 관련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가 스승의 날을 시끄럽지 않게 보내려는 것 같아요”
내일이 31회째를 맞는 스승의 날이지만 교사들은 어쩐지 올 스승의 날이 달갑지만은 않다. 뿐만 아니라 교사들은 학생들이 값비싼 선물을 사올까봐 오히려 눈치를 보는 분위기다. 요즈음 교육계가 학교 폭력과 교권 추락 등의 문제로 시끄럽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학교 청렴도 조사에서 적발된다면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 있어 일선 교사 개인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스승의 날에 선물을 가져오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며 “꽃이랑 편지만 받는다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말해 놨는데 오히려 값비싼 꽃바구니가 올까봐 걱정스럽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 B씨는 “스승의 날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으면 학교 청렴도 조사에서 징계를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선물을 받게 되면 학생에 대한 편견이 생길 수도 있어 여러가지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날”이라며 “일부 학교에서는 이같은 문제 때문에 단축 수업을 하기도 하고 간단히 교사들에게 꽃을 달아주는 행사로 스승의 날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학생들의 잇따른 자살로 슬픔에 잠긴 대구·경북교육청도 스승의 날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학교 폭력에다 사제 폭행, 학생 자살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두 교육청은 올 스승의 날에는 큰 행사를 치르지 않고 교사 포상 등 의례적인 행사만 치르며 보낼 계획이다.
대구시교육청의 우동기 교육감과 경북도교육청의 이영우 교육감은 스승의 날에 맞춰 특별한 일정을 잡아놓지 않았다.
이영우 경북도교육감은 14일 오전 금천중고등학교에서 스승의 날을 기념한 일일 명예교사 특강을 실시하며,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나는 교사다`라는 미니콘서트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번 스승의 날에는 학교별로 사제동행 행사나 체육대회 등을 치르면서 조용하면서도 교사와 학생이 교감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권장하고 있다.
신암초교는 여교사와 학생들이 축구경기를 하는 이색 게임을 준비했고, 초래봉 등반행사를, 죽전초교는 `사제와 함께하는 1박2일 뒤뜰여행`을 잡아놓았다. 혜화여고는 이날 사제와 함께하는 입시설명회를 열어 내실있게 보낸다는 계획이다.
포항 대동고는 스승의 날을 기념해 체육대회를 진행한다. 대동고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인 축구와 줄넘기 등을 통해 사제간의 친밀도를 더 높인다는 계획이다. 대동고 조현명 교사는 “스승의 날 부담스러운 선물을 받는 것을 지양하고 제자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체육대회를 준비하게 됐다”며 “새로 조성된 학교 운동장에서 제자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면 사제간의 정이 더 깊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사정으로 교육청이 스승의 날 행사를 거창하게 치를 분위기는 아니다. 가능한 조용하면서도 내실있게, 학생과 교감하는 행사를 치르면서 보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창훈·윤경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