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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청(殺靑)...조 정 권

등록일 2012-05-11 21:21 게재일 2012-05-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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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스름하게

송두리째 다 푸르스름한 게 아니라

푸른색이 간간 찐하게 뻗어간 그 푸른 길로

뻗어 가다가 막힌,

저 푸른빛이 왜 멈춘 걸까

왜 막힌 것일까 막히기 시작한 그 자리에서

자해하듯 내밀기 시작한 가시들, 가시들

가시야

나는 내가 무겁다

너는 너조차도 무겁구나

나도 내가 무겁다

너는 네 안에서 무겁다

너는 네 안에서 공(空)을 친다

너는 네 안에서 죽을 쑨다

너는 네 안에서 구겨진다

이제까지 공쳐 온 말과

죽 쑤어 온 말을

무(無)로 번역해

무의 꽃을 피워 낸다

자면서 울고 있는

네 잠의 눈물을 보며

나는 눈물방울을 닦아 줄 말을 생각해 낸다

푸른빛을 죽인다는 뜻의 살청이라는 말은 찻잎의 초록 기운을 없앤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살청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푸른빛을 없앤다는 것은 다른 어떤 힘에 의해서 없애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푸른빛을 죽인다는 뜻이다. 철저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헛된 욕망과 이기심을 스스로 제어하고 없앰으로 고요한 평정심과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시인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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