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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항 예선 배선방식 갈등

김상현기자
등록일 2012-05-09 21:58 게재일 2012-05-0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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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들 “선택권 없는 공동배선제 개선 해야”<br>예선업체 “선사지정제 도입은 여건상 일러”

“돈을 주고 배를 쓰는 고객이 배를 지정하지 못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해운시황이 나빠져 경비를 줄여야 하는 판에 돈을 더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해운업체 포항지점에 근무하는 책임자가 예선사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예선 배선방식을 두고 포항항의 선사와 예선업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선은 입·출항하는 대형선박을 끌어당기거나 밀어 부두에 이·접안시키는 역할을 하는 배다. 덩치는 작지만 힘이 세다. 선박회사는 마력의 높고 낮음에 따라 사용 대가를 예선업체에 지불한다. 이렇다 보니 선박회사는 예선업체의 고객인 셈이다. 하지만 포항항에서는 `선사=갑, 예선업체=을`공식이 뒤바뀌어 있다. 예선업체가 `갑` 행세를 하는 것이다.

선사와 예선업체의 위상이 뒤바뀐 것은 예선배정 방식 때문이다. 포항항에서는 선사가 예선을 지정할 수 없게 돼 있다. 그 대신 공동배선제를 운용한다. 한 마디로 순번제다. 미리 순서를 정해놓고 차례가 된 예선이 바다로 나가 입·출항 선박을 예인한다. 공동배선제 하에서 예선업체는 굳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일정한 수입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8일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선사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관행적인 공동배선제 운용으로 포항항 예선업체들의 독과점이 형성됐다. 나눠먹기식 운영이 서비스 질은 떨어뜨리고 비용부담은 높인 꼴이 됐다”며 “선사지정제라면 3천마력짜리 예선을 골라 쓰면 되는데 순번제에서는 선사 의사와 관계없이 3천600마력짜리 배가 배정되는 일도 수시로 발생한다. 마력 차이만큼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선사지정제 도입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선사 측은 예선업체 간 공정경쟁을 통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선사지정제 도입을 요구하는 반면 예선업체는 선사지정제 도입은 소규모업체 도산 및 과당경쟁으로 인한 업체 간 무질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기존 공동배선제를 고수하고 있다.

예선업체인 동신해운 윤천수 과장은 “예선이 몇 척 되지 않는 포항항에 선사지정제를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소규모업체의 도산 우려때문에 그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우리회사의 주도로 공동배선제를 운용하고 있다. 선사지정제 도입은 배선 조정기능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선사측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1천마력짜리 배를 써야 할 상황에 3천마력짜리를 쓰고 1천마력 예선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배선방식도 예선운영협의회에서 협의해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 될게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현기자 shkim @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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