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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송 재 학

등록일 2012-05-09 21:38 게재일 2012-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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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둔 시골집의 안채가 결국 무너졌다 개망초가 기어이 웃자랐다 하지만 시멘트 기와는 한 장도 부서지지 않고 고스란히 폴삭 주저앉았다 고스란히라는 말을 펼치니 조용하고 커다랗다 새가 날개를 접은 품새이다 알을 품고 있다 서까래며 구들이며 삭신이 다치지 않게 새는 날개를 천천히 닫았겠다 상하진 않았겠다 먼지조차 조금 들썽거렸다 일몰이 깨금발로 지나갔다 새집에 올라갈 아이처럼 다시 수줍어 하는 기왓장들이다 저를 떠받쳤던 것들을 품고 있는 그 지붕 아래 곧 깨어날 새끼들의 수다 때문이 아니라도 눈이 시리다 금방 날개깃 터는 소리가 들리고 새집은 두런거리겠다

시골집 안채. 가족사, 그 끈끈한 사람의 정이 고스란히 간직된 서사의 보고다. 형제 자매들이 태어나 자라고 부모님의 사랑과 정성이 깃든 요람이다. 오랜 역사를 붙들고 서 있던 고향집이 쇠락해서 무너져내린 것이다. 시인은 그 풍경 속에서 새로운 생명감과 시작의 의미를 찾고 있다. 비록 낡고 헐어서 무너졌지만 거기서 날개깃을 터는 새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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