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분에
졸참나무 숨소리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흐르는 물 앞에서
손주 눈망울처럼 빛나는
물의 눈빛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말을 잊었다는 거,
그것은 제주 사려니 숲길에서 만난
어린 노루의 신성한 눈빛처럼
이 숲이 내게 준 선물이다
사람의 입에는 독이 있다고 했던가. 우리가 하는 말은 남을 격려하고 위로하고 감사하고 치유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말 때문에 엄청난 악이 생산되고 남을 해치고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 숲에 파묻혀 말을 잊고, 자연의 소리들을 듣고 가슴에 담으면서 생활하는 시인의 고백이 오롯이 담긴 시이다. 자연 속에서 인간의 언어를 떨쳐버리고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시인은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맛본다는 고백에 귀 기울여봄직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