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넘겨지는 일력
한 쪽쯤 까치밥으로 남겨둘 순 없을까
눈 속 봄동이 파릇 입맛 돋우듯
스무 살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을까
호호백발 저 노인들을 위해
단 하루만이라도
활화산처럼 다시 뜨거워질 순 없을까
처녀지로 밀봉해 남겨둔
그날, 그 거리로 돌아가
곡정초처럼 무성해질 순 없을까
서까래 검댕이가 슬고
관절 삭정이 툭툭 부러질 때
오월의 빛깔로
뜨겁던 사랑 되찾을 순 없을까
한생의 후반부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토해놓는 시인의 희구와 회한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생명의 푸르름이 절정인 오월. 그 아름다운 빛깔 속에서 빈 겨울 벌판의 곡정초를 살려내는 시인의 눈이 깊고 절절하다. 활화산의 그 뜨거움 같은 생의 열정을 노인에게 북돋워주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