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연월(康衢煙月)이란 말이 있다. 번화한 큰 길거리에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로, 태평한 세상의 평화로운 풍경을 뜻한다. 이런 태평성대 시기에는 주인들이 많다. 다시 말해, 나의 역할때문에 세상이 평안해졌다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 영주가 그렇다. 오랜 주민 숙원 사업이 해결되고 국책사업 유치 등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자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사들을 쉽게 볼수 있었다. 자신이 영주의 중심 인물이고 기관이며 지도자라고 했던 것이다. 영주의 발전에 저마다 거들었다는 주장, 수긍측면도 없지 않고 애교로 넘길수도 있다. 실제 결과도 좋았으니 말이다.
그러나`내가 지역을 위해 이랬다…`라는 자랑은 최근 영주시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으로 중학생이 투신 자살한 사건과 접목시키면 사정이 달라진다. 어린 학생의 비보를 접하고서도 지역의 지도자, 선도자라 자칭했던 이들과 관련 기관 어느 곳도 제대로 된 사과문조차 내놓지 못했다. 아예 목소리를 낮추는데만 급급했다. 혹시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뿐이었다. 좋은 일에는 저마다 나서 주인이라고 목청을 높이더만 나쁜 일에는 관망자였던 것이다.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아예 찾을 수 조차 없었다. 중학생 투신자살이 몰고 온 후유증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이도, 다시는 영주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보자는 주장도 보기 어려웠다. 평소 그렇게 많던 지도자, 선도자, 그리고 영주의 주인이라 자칭하던 인물들이 왜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을까.
이번 사건을 지켜보며 매우 궁금했던 대목이다.
유명한 장수는 전쟁때 많이 탄생하는 법이다. 말로만 지역 지도자 운운하고, 지역이 진정 어려울때는 내몰라라 하는 식이라면 자격이 없다. 이번 사건으로 영주는 유교문화의 본산지, 선비 정신의 계승, 한국 최초 사액서원 운운하며 자랑했던 교육과 문화의 중심 도시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었다. 지도층이라 자칭하던 이들의 어설픈 행보가 지역 이미지 실추에 한몫을 했다고도 여겨진다. 한 번 돌아보고 도의적 책임감을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한다.
지금 영주는 실망에 빠진 시민들을 다독이고 평화스런 지역으로 다시 복원하기 위한 대처가 시급하다. 지역 지도자들은 좋은 일에만 나서 자랑하지 말고 궂은 일에도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시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지도자 상이다.
영주/kimsdy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