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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위인(修己爲人)

등록일 2012-04-24 21:33 게재일 2012-04-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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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신 객원 논설위원 로타리 공공이미지 코디네이터

우리아이들 67만명이 학교 폭력에 운다고 한다. 교실에선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이런 참혹한 일이 되풀이 되는 걸까. 대구 중학생 왕따 자살 사건이 일어 난지가 얼마나 됐는데 지난 17일 영주의 한 중학생이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더는 견디지 못하고 생명의 끈을 놓았다.

정부가 학교 폭력 대책을 만들고 부산을 떨었지만 교실에선 여전히 학생을 괴롭히는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뒷받침해주는 놀라운 사건들이다. 소통은 되지 않고 교실은 능력위주의 수업만 강행되니 우리아이들은 고민을 풀길이 없다. 감동 없는 교육 환경 때문이다.

이해와 나눔 배려(修己爲人)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포항 영일 고등학교(교장 최상하)가 이 시대의 아픔에서 탈출할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창의·인성교육모델학교로 지정된 영일고등학교에는 학교폭력은 물론 왕따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이 없다. 제주 남녕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지난 2월 18일 예절 교실수업을 참관하는 등 전국 32개 학교 400명의 선생님들이 다녀갈 정도로 유명해 졌다.

영일고등학교는 2004년부터 모든 신입생은 `영일비전캠프`에서 자신의 비전과 꿈을 구체화시키고 뚜렷한 목표를 갖도록 유도, 자기 주도적 수업을 이루어지게 한다.

학교생활이 시작되면 가야금 등 1인1악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운영, 학생들의 마음이 엉뚱한 곳으로 달아나지 못하게 했는가하면 학급 별로 해마다 10시간씩 전통 예절과 다도를 통해 참는 마음을 배우고 어른을 모시는 예절을 익힌다. 이 학교 댄싱 팀은 아이돌 수준이다.

서정윤 교감은 “포항시립극단이 10월에 갖는 3일간의 정기공연 때는 영일고등학교 날로 정할만큼 연극관람을 통해 공부에 지친 학생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한편 영일 월드컵축제 기간에는 학급별로 남학생은 축구, 여학생은 발야구를 통해 체력을 끌어 올린다”고 말했다.

국제로타리 3630지구 총재(2005~06)를 지내신 이 학교 최상하 교장 선생님 교육철학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철저한 데가 있다. 학생들에게 봉사를 통해 감동을 느끼게 하는 교육 방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

`나눔은 행복입니다` `나눔은 사랑입니다` `나눔은 꿈 입니다`이런 슬로건을 갖고 600명 전교생들은 음성 꽃동네, 예티쉼터를 비롯해 안동 시온마을, 한 사랑의 집, 하늘마음 양로원 등 사회시설이 있는 곳이면 전국어디이던 길이 멀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봉사를 하니 아무리 사춘기의 학생이라 하드라도 마음이 달아날 곳이 없다.

지난여름 사회복지 시설에 봉사를 나갔던 2학년 7반 조서연 학생은 “처음엔 다가가서 말도 못 거는 나였는데 까칠한 할머니 손을 잡고 말문을 여는 순간부터 내가 변하는 게 너무나 신기했다”고 적었다.

영일고등학교는 어린 학생들의 봉사현장 체험담을 묶어 한 권의 책으로 까지 발행했다. 이 정도면 주 5일제 수업시대가 열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미 준비가 철저하게 되어있는 학교다.

입학허가를 기다리는 학생이 줄을 서고 있다. 선생님들의 애정 크기만큼 학교 폭력은 줄어든다. 예전 세대에게는 도저히 열릴 수 없었던 주 5일제 수업이 2012학년부터 현실이 되었지만 5일제 수업을 잘못되면 지금 일고 있는 학생 폭력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서둘러 내놓는 학생들의 인권조례나 체벌금지로 인해 교육현장이 위축받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래도 선생님은 어린 학생들의 인생항로를 책임지는 선장역할을 맡고 있다.

정신적 반항이 가장 심한 사춘기 연령의 중학교 학생들의 지도는 더 어렵다고 한다. `지구 밖으로 행군 하라` 저자 한비야는 영일고등학교의 건학이념 `수기위인`처럼 “봉사를 통해 감동을 느껴라”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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