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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오 세 영

등록일 2012-04-24 21:33 게재일 2012-04-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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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새순 말려 띄운

작설(雀舌)을,

늦가을 해어름에 비로소 뜯네

기다려도 올 이 없는 산 중 삶인데

고이고이 간직해온 심사는 뭘까

뒤뜰엔 산수유 열매가 붉어

메꿩 몇 마리 부리 쪼는데

찌르레기 샘물 찍어 하늘 바래듯

늦가을 홀로 앉아 차를 마시네

기다려도 올이 없는 외진 산방(山房)에

가을 산과 대좌하여 드는 작설은

지난 봄 이슬에 젖은 찻잎이

오늘은 서릿발에

향기도 차네

새봄의 작설 한 줌을 늦가을 산방에서 울궈마시며 시인은 외로움과 기다림에 눈을 감는다.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아득한 그리움 끝을 물고 새들은 날아갈 것이고 쓸쓸히 가을꽃들도 떨어질 것이다. 서릿발 차가운 시간을 건너가는 머언 기다림은 무엇을,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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