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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여행 중...이 원

등록일 2012-04-23 21:12 게재일 2012-04-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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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창과 방범창까지 닫힌 집 속에서 길 하나가

탈장처럼 빠져나온다

그 길 속에서 타다 만 사내와 개가 미끄러져 나온다

성기를 덜렁 내놓은 사내도

꼬리가 반쯤 탄 개도 모두 납작해져 있다

안테나가 헐거워진 집을 단숨에 잡아당긴다

집은 그 흔한 뿌리도 구근도 매달지 않았다

뿌리까지 다 내어놓고도 나무는

집과 길 밖에다 새를 감추어두고 있다

집은 허공의 날개가 되었다

집은 여행 중이다

흔히들 집을 안락과 휴식, 정주의 공간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그 일반적인 인식을 초월한다. 앞부분의 화재가 안집의 공간을 제시하면서 기존의 개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중창이나 방범창으로 닫힌 집은 외부로 부터는 안전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내면을 구속해 버리는 또 다른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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