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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菜史...김 경 미

등록일 2012-04-09 21:01 게재일 2012-04-0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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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가지 같은 야채들도 애초에는

꽃이었다 한다

잎이나 줄기가 유독 인간의 입에 단 바람에

꽃에서 야채가 되었다 한다

맛없었으면 오늘날 호박이며 양파꽃들도

장미꽃처럼 꽃가게를 채우고 세레나데가 되고

검은 영정 앞 국화꽃 대신 감자꽃 수북했겠다

(…)

여하튼 당신도 애초에는 나였다

내가 원래 당신에게서 갈라져 나왔든가

시인은 꽃이 야채로 된 건 인간의 입에 달았기 때문이라 한다. 인간이 맘 편하게 먹어치우기 위해 꽃의 아름다움을 애써 누락시켰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이다. 조금은 논리를 내세운 듯 하지만 그 속엔 아득한 그리움, 모든 사물들의 본래성, 정체성, 생명의 근원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들이 스며있어 깊이 곱씹어 볼만한 작품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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