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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 최 서 림

등록일 2012-04-06 21:40 게재일 2012-04-0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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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은 힘으로 벗기는게 아니다 지문으로 리듬을 타서 벗겨야 한다고 갯벌식당 아줌마는 배시시 일러준다 여자만(灣) 개펄이 길러낸 벌교 사람들은 깊고도 찰지다 뻘 같은 세상 속에서 한겨울 꼬막처럼 일찌감치 속살이 찼다 양식이 안되는 참꼬막같이 탱탱한 벌교 사내들 앞에서는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개펄같이 푹푹 빠져드는 벌교 아낙의 말씨는 꼬막처럼 쫄깃쫄깃하다 널배로 기어 다니며 피었다 지는 아낙들, 갯비린내 물쿤물쿤 나는 뻘이라는 말의 안쪽에는 빨아 당기는 힘이 있다 질긴 목숨들이 무수히 들러붙어 있다

벌교의 꼬막은 찰지고 맛이 일품이어서 유명하다. 뻘밭에 엎드려 꼬막을 캐는 여인네들이 한 생이 얼마나 찰지고 힘이 있는지 모른다. 그들이 캐내는 그 꼬막 속에는 갯벌 사람들이 야무진 삶이 소복 담겨있다. `뻘이라는 말의 안쪽에서 빨아 당기는 힘`을 찾아내는 시인의 통찰력이 놀랍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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