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외로움이 넘친다. 잘 살기는 하지만 슬플 때 기댈 어깨가 없고 함께 큰 소리로 웃을 수 있는 이웃이 드물다는 얘기다. 벽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는 뜻이다.
영국 래스터 대학이 2009년 실시한 행복지수 조사에서 GDP가 1천800달러에 불과한 부탄이 선진국 틈(8위)에 유일하게 끼여 있다. 2천m가 넘는 히말라야 설산에 갇혀 사는 불교국(입헌군주국) 부탄은 이웃을 배려하고 고통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2000년 조사에서 222만 4천 가구이던 1인가구가 2005년엔 317만 천 가구로 늘어나더니 2010년엔 403만 9천 가구가 됐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3.7%여서 4가구 중 한 가구가 홀로 사는 셈이다. 2030년에 가면 홀로 사는 가구가 23.7%가 될 것이라는 당국의 예측보다 20년이나 당겨 버렸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은 우리나라 뿐은 아니다.
소득수준이 높고 사회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진 미국·유럽은 이미 1990년에 1인가구가 20%를 넘어 섰다.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하려는 정신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린 부정적인 측면이 너무 강하다. 1인가구의 직업들이 노인을 포함한 단순노무직 등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격차도 크다.
이들은 가족과도 연락이 끊기고 옆 방 사람이 죽어도 모르는 시대로 옮아가고 있다. 실업은 가난을 낳고 가난은 소외를 낳는다. 이런 생활은 나이 들수록 처절하게 외로움에 빠져들기 쉽다.
원래 인간은 6가지로 산다. 외롭고, 서럽고, 고독하고, 무능하고, 삶의 유혹이 따르고 나이 더 들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이걸 단숨에 돌파하는 방법은 나눔으로 자신의 생활패턴을 바꾸거나 종교적 명상세계다. 평생친구가 있고 나눔을 통해 외롭고 고독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결국은 자신의 마음 길 뿐이라는 해석이 따라 붙는다.
우리사회의 세대 간 갈등도 위험수위를 향해 달리고 있다.
해마다 50만 명이 넘는 청년이 대학문을 나서지만 절반이 실업자로 남는다. 물론 공식 청년 실업률은 6.7%지만 실제로는 20~30%라는 게 정설이다. 그래서 `이구백`이다. 이십대의 90%가 놀고먹는 사람이라는 말이 회자되게 됐다. 비정규직 900만명이 철저하게 덧칠을 하고 있으며 청년실업만이 문제가 아니다. 700만 명에 달하는 베이붐 세대의 은퇴시기까지 겹치고 있다.
노동시장의 취약성이 더 이상 장년 은퇴세대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피부양인구로 편입 될 경우 우리 사회가 떠 안아야할 부담은 날로 커진다.
여러 선거에서 이미 이들의 심리가 잘 나타났다. 우리사회는 계층에 관계없이 불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만큼 불만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펼쳐 보기도 전에 실업의 벽에서 좌절하는 젊은 백수들은 참담 그자체이니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그들은 기득권층, 기성정치권에 대놓고 부패공화국 이상의 반감과 불신을 역사상 스펙이 가장 좋아 21세기 소통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SNS를 통해 무작정 퍼붓는 셈이다.
선거에서 일부 정치세력들이 이런 청년 백수들의 심리를 노리는 것은 20~40대의 표를 노리는 꼼수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의 건전성을 찾는 데 기성세대들이 노력하고 한국의 대들보가 꿈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는 정책과 일자리 마련이 절실하게 기다려지는 시기다. 기성세대들은 그들에게 키다리 아저씨가 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잘 사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홀로 가구라도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거위의 꿈을 찾아 헤매는 절박한 상황들을 보라. 자신의 길을 찾는 데 몸을 낮추어 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