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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염없이...권 석 창

등록일 2012-03-30 21:09 게재일 2012-03-3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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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때로 외로워지면

저문 날 강가에 앉아

무심히 풀잎을 따서

부질없이 물위에 내던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하염없이, 정처 없이 흘러서 간다

풀잎은 느닷없이 몸이 죽어

강물을 따라서 흘러가지만

억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부질없는 말, 해서 무엇하나

사람들의 아픔 혼자서 싣고

봄날은 간다, 노래부르며

먼 타향으로 흘러서 간다

강물에 떠서 흘러가는 것이 어디 물뿐이겠는가. 우리의 설움도 사랑도 그 아픔도 다 강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것이다. 흐르는 것은 현재이지만 그것은 아득한 과거로 혹은 미지의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다. 다만 흐름이란 현재에 정지해 있거나 고착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에 대한 집착이나 아쉬움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에 기대게 해준다. 아픔보다는 희망적이다. 꽃피는 봄날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은 성장(盛裝)의 여름도 풍성한 결실의 가을도 기약되기 때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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