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러 화본역에 갔지
구멍 난 급수탑이 있는 승강장엔
바닥에도 꽃들이 피어 있었네
짧게 멈추는 기차를 타기 위해
승객들은 뒤꿈치를 들고
꽃 사이로 걸어가고
괜히 볼 일도 없으면서
바람에 날리는 버드나무처럼
서성이는 사람들을 보았지
이젠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자판기 커피 한잔하고 싶었네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엄동을 견딘 자연물도 사람도 움츠림에서 기지개를 켜고 아름다운 생명감을 피워 올리는 때이다. 꽃이 피어있는 화본역에는 사람들이 꽃을 구경하느라 바쁘다. 저만치 바람에 날리는 버드나무처럼 괜히 서성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규정할 수 없는 설레임과 희망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다. 희망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