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시를 읽으며 울다 ... 전 건 호

등록일 2012-03-27 21:40 게재일 2012-03-27 18면
스크랩버튼
베란다 선인장 아래 쪼그려 앉아

가슴 저미는 시를 읽는다

TV속 주인공의 실연에 아내는 눈물을 찍고

아들놈 자판소리가 탁탁

대못을 박는다

아내와 아들은 다른 세상과 교신 중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시집을 넘기며

지나온 별을 회상한다

말 붙일 사람 하나 없고

바람 한 점 없는 베란다에 홀로 쪼그려 앉아

시 한 소절에 잠 못 이룬다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해 쓴 이 시는 쉽게 편하게 읽혀지는 작품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라 할지라도 각각의 존재에는 온전히 함께 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그 틈을 경계로 각각은 절대적인 개인이며 고독의 존재다. 개체의 삶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무언가 모를 씁쓸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시인>

김만수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