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는 시를 읽는다
TV속 주인공의 실연에 아내는 눈물을 찍고
아들놈 자판소리가 탁탁
대못을 박는다
아내와 아들은 다른 세상과 교신 중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시집을 넘기며
지나온 별을 회상한다
말 붙일 사람 하나 없고
바람 한 점 없는 베란다에 홀로 쪼그려 앉아
시 한 소절에 잠 못 이룬다
인간의 근원적 고독에 대해 쓴 이 시는 쉽게 편하게 읽혀지는 작품이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나 연인, 친구라 할지라도 각각의 존재에는 온전히 함께 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그 틈을 경계로 각각은 절대적인 개인이며 고독의 존재다. 개체의 삶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무언가 모를 씁쓸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