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가 있는데 통증이 없을 수도 있다
통증은 있는데 상처가 없을 수도 있다
보통 통증은 상처보다 늦게 온다
내가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대개 통증은 없다
그 시절, 나는 얼마나 평온했던가
칼날이나 칼날 같은 것이
살갗을 베고 지나간 후
바로 들여다보면 상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때는 아프지 않다
조금 더 기다리면 통증은 배어나는 핏물과 함께 온다
상처는 피로 증명되고 피가 나면 통증은 온다
그 아침, 피를 보지 말아야 했다
고개를 돌린다고 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에게 베이고 상처받는다. 그러나 그 상처가 상처로 인식되는데는 그의 마음이 베였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부터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사는 날 동안 수없이 상처받지만 상처로 인식되기 전에 아물기도 하고 잊혀지기도 하면서 상처를 극복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상처에 대한 통증과 핏물을 지금 느끼고 본다면 그 현실이 얼마나 불행하고 새삼 아플 것인가. 비록 그 때는 아픔으로 엄청난 고통을 느꼈을지라도 적절하게 잊고 살아간다면 그 상처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닌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