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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로 살아가기

등록일 2012-03-23 21:55 게재일 2012-03-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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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 청하요양병원장

결혼 전에 사랑으로 마주 보던 눈길을 먼 미래로 방향을 바꾸면서 부부 생활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넘쳐흐르는 사랑으로 아기자기하지만, 주택을 장만하고 자식과 가족을 이루는 과정 등에서 과도한 일과로 피로가 누적된다. 점차 생활과 사랑은 타협의 길로 들어간다.

서로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서 맺은 부부는 점차 그 값어치를 회의하면서 인생의 험한 바다를 노저어 간다. 질병, 가족의 사망, 뜻밖의 사고, 외도, 다른 사람과의 송사 등은 높은 파도에 해당된다. 이때는 온 몸이 따갑도록 괴롭다. 그런데 이런 시간은 대부분 영속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가끔은 서로 해야 할 일을 분담해 일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기쁨을 공유하기도 한다.

생활에서 남자들은 무엇인가 혼자 일을 해 내었을 때 부인에게 뿌듯함을 갖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거나, 운동 등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긴다.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혼자서만 모색할 뿐 다른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부인은 둘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관심을 보여 주기를 바라고 자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자기의 말이 실제에 적용돼 좋은 결론이 날 때, 사랑과 행복감을 느낀다. 부인은 거절을 당하거나 홀로 남겨지는 것을 불안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적, 자발적으로 노력한다. 그러나 상대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독려와 긍정적인 반응, 참여적 지지, 정확한 비판 등은 적게 교환한다. 그래서 둘 사이에는 인생을 보는 시각의 차이로 갈등이 점차 커져서 긴장관계가 늘 팽팽하게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은 나와는 다르므로, 그의 뜻을 신중히 생각해 보느냐의 유무다. 대화란 `두 사람 사이의 차이나 거리에 대한 협상`으로서 가까이 하느냐 멀리 하느냐의 기준점이 된다.

부부가 상대를 비난할 때, 그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맞아들 때가 많다. 그때 둘은 서로에 대한 마음속에 숨겨 두었던 바른 말을 이야기 한다. 그들이 하는 말 속에는 자신이 하기 불가능한 일이나, 상대가 해 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도 많다.

요구에 대해 거절이나 무시를 당하면, 절망적인 환멸을 느낀다. 사랑 없는 상태, 즉 공허와 배반을 느끼고, 이때 그들은 더 높은 강도로 감정을 섞은 비난을 하게 된다.

이제 해결책은 싸워서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자기의 생각을 서로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므로, 해결법을 상대에게서 얻으려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그들은 서로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건설적인 해답이 나오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면도 역시 가지고 있다.

상대의 말에 책임감이 없다고 느끼면 무시당한다고 생각한다. 또 비난을 존중하는 것은 상대가 맞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비난은 참기 힘들다. 비중이 상대에게 기우려져 균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내사 당신이 말한 바로 그 수준밖에 안되잖아! 나는 그 정도의 낮은 수준이야!”라고 함으로서 자기를 정당화 시킬 수도 있다.

그들의 비난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러면 둘 다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이것은 변증법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묄러는 `한 사람은 항상 그르다. 그러나 둘로부터 진실은 나온다`고 했고, 프랑스 시인 꼴라르도는 `의견이 충돌하는 곳에서 진실이 나타난다`고 했다.

부부 서로의 비판은 개인적인 발전을 자극하거나 더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난과 상대의 합리화 또 이런 반격을 반복하다 보면 파괴적인 말들이 오갈 수 있다. 서로 의견 차이를 조정하고, 인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유능한 비판자이자, 가장 무너뜨리기 어려운 도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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