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봉지 안 캡슐에 담기는 성당의 종소리, 삽자루의 오전은 천천히 건너가고 아내의 장화 신은 발을 뒤따라 남자는 가벼운 발자국 찾느라 콧날이 찡한 봄 한 움큼을 삼킨다 남자의 절반을 일구며 계분더미에 앉은 나비 같은 여자가 웃는다 후드득 몰려오는 빗방울을 닮아가는 파종의 시간, 봄의 절반을 빠져나온 성당의 종소리는 아주 멀리까지 젖고
엄동을 견딘 땅에 경칩 지나 춘분이 오면 새 생명의 움이 돋는다. 텃밭에 선 부부. 거름을 뿌리고 그 봄을 반가이 맞아 여러 준비에 바쁘다. 또 한 봄을 맞이하는 아내의 병력. 그녀에게 절반은 남편이다. 남편에게 절반도 역시 아내이리라. 봄밭에 파종하는 씨앗은 싹을 틔울 것이다. 부부의 소망처럼 그들의 아픔도 치유되리라는 믿음이 따스하게 깔려있는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