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이미 알겠지만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독서의 해`다. 지난 9일 서울역에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양성우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의 대대적인 선포식이 있었다.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선포하고 생활 속 독서의 정착을 위해 국가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게 행사의 요지다. 독서의 해 추진위원장은 문용린 서울대 교수가, 홍보대사는 이외수 작가가 맡았다.
독서의 해 캐치프레이즈는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이며 `하루 20분씩 1년에 책 12권 읽기`, `책 선물하기 운동`, `주5일 수업제와 연계한 도서관, 서점 가기` 등 다채로운 독서운동이 전개될 것이라고 한다.
독서의 해에 맞춰 한국교육방송 EBS가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 EBS FM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밤 10시부터 10시 50분까지 하루 12시간을 책 낭독 프로그램으로 채운다. 평소 필자처럼 `오디오 북`을 즐겨 듣는 독자라면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EBS FM 편성표를 꼭 챙겨놓기 바란다.
사실 국가 차원의 `독서의 해` 선포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11.9권이다. 한 달에 채 한 권이 안 되는 독서량이다. e-book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를 이용한 독서 통계가 빠져있기는 하지만 매우 우려할만한 수치다. 이대로 가다가는 `독서`란 초등학교 때만 경험하는 특별한 놀이로 기록될까 봐 심히 걱정스럽다.
국가 차원의 독서운동도 필요하지만 정작 우선돼야 할 것은 `책 읽는 가족`이다. `책 읽는 가족`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떠들어봐야 헛수고다. 책 읽는 가족과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지자체다. 고향 마을에, 아파트 단지에, 우리가 사는 동네에 작은 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된다면 국가차원의 독서운동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불은 언제나 아래로부터 활활 타오르게 마련이다.
포항시는 지난 2006년부터 `한 권의 책, 하나의 포항(One Book, One Pohang)`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해왔다. `한 권의 책, 하나의 포항(One Book One Pohang)` 운동은 시립도서관에서 해마다 한 권의 책을 `올해의 원북`으로 선정해 시민의 독서문화 공감대를 조성하는 독서진흥운동이다.
포항시가 지금까지 선정한 `올해의 원북`은 다음과 같다. 2006년에는 고 박완서 작가의 `읽어버린 여행 가방`, 2007년에는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2008년에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일광 작가의 `귀신고래`, 2009년에는 세계적은 작가로 거듭난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 2010년에는 권비영 작가의 `덕혜옹주`, 그리고 지난해에는 수많은 청춘의 가슴에 따뜻한 불씨를 지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선정돼 지역민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며칠 전 시립도서관으로부터 2012년 포항시 원북 선정을 위한 후보도서 추천을 해달라는 연락받았다. 개인적으로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되 마음에 울림이 있는 책을 추천하고 싶은데 그런 책이 어디 흔한가. 집 가까이에 있는 포은도서관을 들락날락 거리며 오늘도 궁리 중이다.
그러다 문득, 포은도서관을 바라보니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옛 시청부지가 포은도서관이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이런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이다. 지금의 포항 신청사 같은, 경북학생문화회관 같은, 포항문화예술회관 같은, 그리하여, 세계 어느 지자체에 있는 도서관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그런 멋진, 다목적 도서관 하나쯤 가질 수 있다면, 포항 시민으로서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그건 그렇고, 2012년 올해의 포항시 원북으로 어떤 책이 뽑힐까? 포항 시민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