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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레퀴엠 ... 김 성 대

등록일 2012-03-07 21:36 게재일 2012-03-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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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퀴엄을 듣는 오후입니다

당신은 쌀죽을 쑤고 나는 장자(莊子)를 읽으면서 무릎을 깎습니다

화분에 어리는 꿈들은

거짓의 가루를 입힌 사실입니다

당신은 지루한 날에 메스를 댑니다

유리를 빻아 아슬한 놀이 공원을 짓고

담장에는 비타민도 바릅니다

레퀴엠을 듣는 오후에도 의무감이란 게 있습니다

나는 토마토를 갈아 토마토죽을 만듭니다

당신의 놀이 공원에 물고기들을 가두고

무화과를 심습니다

물론 이 오후는 라이브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놀란 듯 노래를 부르는 아이처럼

몰랐다는 듯 태어나는 신생아처럼

당신은 주전자 앞에서 서서 끊는 물을 지휘합니다

물을 마시듯 숨을 쉬면서

복화술을 연습합니다

그렇게 당신은 나의 귀를 수리합니다

레퀴엠은 인반적으로 장중하고 죽은 사람을 위한 음악인데 어느 오후에 이 곡을 들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담장에 비타민을 바르듯 마음에도 비타민을 바르는 그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의 생각은 역설에 가 닿아있다. 시인의 깊은 사유에서 비롯된 이 시는 어렵지만 뭔가를 생각게하는 맛을 지니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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