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지 못하는 왕이메이는 소리를 본다
스테레오에서 각기 다른 노래가 빛깔과 더불어 적셔오는 걸까 저 빛깔이 노래한다고 받아들이는 걸까
몸속에 온갖 꽃물이 물들여져 온다 소리는 공기와 물 사이에 놓여 있는 셈이다
소리의 물줄기를 맞는 순간
그녀의 몸이 어루숭 꽃으로 피어난다
진동과 리듬을 지닌 그녀, 춤의 영혼이다
몸짓과 소리를 한곳에 모을 수 있는 건
심장의 속삭임
심장을 앞사람 등에 포갠 채 그녀는
격렬한 고요와 적막한 고동소리로 천수관음을 일구었다
42개의 손을 펼치고 거두는 사이 바다를 들여 놓는 듯
객석이 모두 파도의 요탕 속으로 잠겨든다
관대한 고통들이 한꺼번에 씻겨나간다
중국의 청각장애인 왕이메이. 그에게 운명적으로 짐 지워진 것은 소리가 없는 세계에서 춤을 추는 삶이 아닐까. 슬프고 아픈 그의 한 생을 본다. 시인은 이 시에서 운명과 마주선 한 무희의 삶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서 진정한 승화의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