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 잎 진 나뭇가지를 떠나지 못한다
비는 내려 가지에 가시가 돋는다
한 자리에서만 가지를 잡고 있다
하늘이 숨 고르는 사이를
참새소리는 놓치지 않는다 부리만큼 뾰족하다
(…)
참새 같은 여자와
참새 같은 남자와
참새 같은 늙은 남자와
참새 같은 늙은 여자와
머리털에 빗물이 스미고 생각난 듯
부리를 가지에 문지른다 빛 한 점이
새까만 눈동자에서 빠져나오려다 갇힌다
참새소리가 참새소리 너머에서 난다
비 내리는 날 남자처럼 떨고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바라보는 것은 침묵과 같은 것이리라. 가만히 그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내면을 읽어내는 시인의 모습에서 무언가 쓸쓸함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