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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김 명 철

등록일 2012-03-05 21:29 게재일 2012-03-0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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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 한 마리 남자처럼 떨고 있다

창밖 잎 진 나뭇가지를 떠나지 못한다

비는 내려 가지에 가시가 돋는다

한 자리에서만 가지를 잡고 있다

하늘이 숨 고르는 사이를

참새소리는 놓치지 않는다 부리만큼 뾰족하다

(…)

참새 같은 여자와

참새 같은 남자와

참새 같은 늙은 남자와

참새 같은 늙은 여자와

머리털에 빗물이 스미고 생각난 듯

부리를 가지에 문지른다 빛 한 점이

새까만 눈동자에서 빠져나오려다 갇힌다

참새소리가 참새소리 너머에서 난다

비 내리는 날 남자처럼 떨고 있는 참새 한 마리를 바라보는 것은 침묵과 같은 것이리라. 가만히 그 침묵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 내면을 읽어내는 시인의 모습에서 무언가 쓸쓸함을 느낄 수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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