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이 새벽 안개 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치며
나 이미 큰 강을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불행한 현실을 떠나 청산으로 불리우는 미지의 아름다운 세계를 동경하는 시인의 마음이 절절히 그려진 1980년대의 작품이다. 우리네 삶이 산 너머 산이요 물 건너 물인 것을, 그래도 저버릴 수 없는 것이기에 현실적 온갖 어려움과 고통을 감내하며 희망 하나로 살아가는 민중들의 한(恨)이 잔잔히 스민 감동적인 시다. 80년대 초의 시대적 상황과도 맞물려 있어 울림이 큰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