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분, 글 쓰는 시간을 꾸준히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한 것이 `아침 5분 글쓰기`다. 매일 아침 교실에 앉아 어제 있었던 일 중에 보았던 것, 들었던 것, 의문을 품었거나 억울했던 것, 기분이 좋거나 나빴던 것 중 한 가지를 손바닥만 한 수첩에 쓰게 했다. 그걸 뭐라고 칭할까 궁리하다가 `글+기지개`를 떠올렸다. 매일 아침 글로 기지개를 켠다, 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아무튼 달전초등학교 6학년 3반 학생들과 그렇게 시작한 글기지개가 드디어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 동안 학생들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글기지개 중 몇 편을 독자에게 소개할까 한다.
`내가 엄마한테 “Mother, I want a water, please”라고 했다. 엄마는 “뭐라카노?”라고 했다. 내가 다시 “엄마, 물을 따르다가 영어로 뭐야?”라고 물으니까, 엄마가 하는 말. “음…. 좌알좌알좌알!” 우리 가족은 웃었다`
전동재가 쓴 `물`이라는 글기지개다. 엄마와 나눴던 말을 잘 붙잡아서 썼는데 읽는 이에게 웃음을 준다. 엄마의 재치 있는 대답을 잘 기억했다가 썼기 때문이다.
`오늘 신체검사라는 걸 한다고 했다. 나는 살을 빼기는커녕 더 찌고 싶다. 성환이처럼 찌고 싶다. 하지만 성환이는 빼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성환이 몸무게가 한 60kg 정도 나가는 것 같다. 나도 찌고 싶다. 성환이가 부럽다. 그리고 좋겠다`
김기훈이 쓴 `신체검사`라는 글기지개다. 기훈이는 우리 반에서 몸집이 왜소하고 마른 편이다. 반면에 성환이는 키도 크고 몸집도 제일 크다. 아마도 기훈이는 그런 성환이가 부러웠나 보다. 무언가 부럽고 아쉬운 것, 자신의 콤플렉스는 글쓰기를 통해 풀어내면 참 좋은 글감이다. 하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려면 누구나 용기와 자신감이 필요하다. 기훈이의 솔직한 고백이 읽는 이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오늘 화장실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먼저 아빠 칫솔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그걸 주웠는데 엄마 칫솔이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내 칫솔 씻어 넣고, 엄마 칫솔 주우니까 내 칫솔이 떨어졌다. 불길한 징조다`
이승호가 쓴 `칫솔`이라는 글기지개다. 읽고 나면 정말 불길하다. 승호는 장래희망이 심리학자다. 성격이 예리하고 날카롭다. 아침에 일어난 이런 일이 예민한 승호에게는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다. 무심한 아이들은 그냥 넘기는 일을 승호는 참 잘 붙잡아 썼다.
`새벽 기도를 갈려고 차를 타니깐 앞이 안 보였다. 안개 때문이었다. 뿌연 게 도로를 삼킨 거 같았다. 꼭 무대 위의 드라이아이스 같았다. 교회에 가는 데 고생했다`
도지량이 쓴 `안개`라는 글기지개다. 지량이는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학생이다. 많은 학생이 아침에 이불을 둘둘 말고 게으름을 피우는 것에 비하면 지량이는 참 부지런한 학생이다. 새벽기도까지 다닌다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날 새벽에 안개가 짙었던 모양이다. 지량이가 보기에 안개가 도로를 삼킨 것처럼 보였으리라. 무대 위의 드라이아이스처럼 말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새벽 어스름의 도로 풍경이 눈에 그려지는 듯하다.
“`엄마, 우리 크리스마스 때 장사하나?``어, 해야지` 이 말을 듣자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크리스마스라도 우리 가게는 쉬지 않고 간판에 불을 켠다. 크리스마스 때만은 우리 가게도 쉬었으면 좋겠다”
김민희가 쓴 `눈물이 핑 돌았다`라는 글기지개다. 민희네는 치킨집을 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도 가게 문을 연다는 엄마의 말에 민희는 눈물이 돌았던 모양이다. 그동안 크리스마스 때마다 속상하고 외로웠을 민희가 떠오른다. 마음 한쪽이 찌릿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수첩에 쓴 짧은 글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그렇지 않다. 글기지개를 일 년 동안 꾸준히 해왔더니 학생들의 생각과 글쓰기가 몰라보게 좋아졌다.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