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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봄비...나 태 주

등록일 2012-02-20 21:49 게재일 2012-02-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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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려서는 정말로 초록 봄비가 내렸다

봄비가 내리면 새잎이 나고 꽃들이 새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새로 잎이 나는 나무며 풀들은 마치 운동회 날 뜀박질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같았고

새로 피어나는 꽃들은 마치 장마당에 모여 북적대는 장꾼들 같았다

아이들도 비를 맞으면 키가 큰다고 좋아했다

요즘도 초록 봄비는 내린다

그러나 그 초록 봄비는 화살촉 같은 날카로운 혓바닥을 숨긴 초록 봄비다

산성비이고 방사능비라는 이름을 가졌다

어른들은 절대로 밖에 나가서 비를 맞으면 안 된다고 가르친다

오히려 아이들은 창 안에서 맨몸으로 초록 봄비를 맞고 있을

나무며 풀들을 걱정한다

봄비를 초록봄비라고 부르는 시인의 가슴 속은 연두빛 연초록빛이 가득하리라. 어릴 적 봄비가 내리면 앞다투어 피어나던 봄꽃들, 그 봄꽃 스러진 자리에 돋아나는 초록빛 새순들을 바라보노라면 이가 시려옴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봄비는 산성비이고 방사능비라 할 만큼 지구는 오염되고 변질됐다. 우리 인간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자연물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가 돼버린지 오래됐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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