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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밥그릇...신 지 혜

등록일 2012-02-17 22:10 게재일 2012-02-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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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기(知己)의, 부음을 들었다

그가 밥그릇 하나를 비웠다

하루 세끼 신성한 의식을 엄숙히 집전하던 그는

세상 골목을, 지친 그림자 끌고 다니며 머릴 조아렸다

결코 넘치는 법 없던 그의 밥그릇

따뜻한 밥이 담겨지는 동안은 그래도

늘 행방불명이던 삶이 증명되었다

이제, 식탁 위엔 그의 수저가 없다

그는 지상 최대의 소신공양을 끝내고

자신의 그릇을 온전히 다 비워냈던가

움푹 패인 빈 그릇에

웃자란 적막이 봉분처럼 수북하다

친구의 부음을 들은 시인이 삶과 죽음에 대해 관조하는 작품이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을 채워가는 일인지 모른다. 인생이란 최선을 다해 살다가 빈 밥그릇 내려놓고 가버리는 것인지 모른다. 인생이 그럴진대 무얼 그리 더 많이 가질려고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살아야하는 건지 한 번은 겸허히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볼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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