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기(知己)의, 부음을 들었다
그가 밥그릇 하나를 비웠다
하루 세끼 신성한 의식을 엄숙히 집전하던 그는
세상 골목을, 지친 그림자 끌고 다니며 머릴 조아렸다
결코 넘치는 법 없던 그의 밥그릇
따뜻한 밥이 담겨지는 동안은 그래도
늘 행방불명이던 삶이 증명되었다
이제, 식탁 위엔 그의 수저가 없다
그는 지상 최대의 소신공양을 끝내고
자신의 그릇을 온전히 다 비워냈던가
움푹 패인 빈 그릇에
웃자란 적막이 봉분처럼 수북하다
친구의 부음을 들은 시인이 삶과 죽음에 대해 관조하는 작품이다. 그렇다 어쩌면 우리의 삶이란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을 채워가는 일인지 모른다. 인생이란 최선을 다해 살다가 빈 밥그릇 내려놓고 가버리는 것인지 모른다. 인생이 그럴진대 무얼 그리 더 많이 가질려고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살아야하는 건지 한 번은 겸허히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볼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