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의 낭만을 즐기기보다는 취업과 등록금 걱정에 생활비 조달이라는 이중 삼중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대학생들이 학습자유권까지 박탈당하고 있다.
원활한 학사일정과 비리 근절 등을 위해 대학이 전자 수강신청제도를 도입하며 신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의 PC방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개설된 강좌 중 마음에 드는 과목을 수강하려면 정원 내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차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친구까지 동원해 인터넷 속도가 빠른 게임방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과목을 100% 수강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주변의 인적 자원을 동원하는 편법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수강신청을 끝낸 과목도 수강생이 적다는 이유로 폐강이 결정되는 불운을 피해가야 한다.
학문연구에 매달려야 하는 교수가 살아남고자 신입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는 곳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지적 호기심을 가진 우리 대학생의 학습자유권을 무참하게 짓밟을 권리를 누가 그들에게 주었는가.
대학등록금이 인하되자 학사일정을 줄이고 돈벌이가 되는 계절학기를 늘리는 교육자의 배짱은 또 어디서 왔는가.
틈만 나면 세계 경제 속에 우뚝 선 나라라고 자랑하지만, 학문에 대한 신성함을 잃었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해 교수가 존재하는 교육 시스템은 우리에겐 없다.
학문의 가치보다는 경제논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좋은 학점을, 졸업 후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디에 취직했는가를 먼저 보는 세상이 되었다.
교육기관도 돈벌이가 되는 사업에만 열중하다 보니 정작 지켜야 할 기본을 무시해도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사회도 시간만 지나면 용납하고 있다.
이제는 기본이 존중받을 때가 되었다.
한 명의 천재가 전체를 먹여 살릴지는 몰라도 광기 어린 천재는 인류를 멸망하게 할 수도 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현자를 원했던 것처럼 지식의 울타리를 만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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