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지도 한달이 지났다. 희망이 가득하고 활기가 넘쳐야 할 정초부터 불평과 불만, 원망의 소리들로 가득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여야간 언쟁이 새해벽두부터 불을 뿜고 있다. 학교폭력 대책을 두고 정부와 일선교사, 학부모들은 제각기 불만을 쏟아내고 농업인들은 한미FTA 후속 대책이 미흡하다고 불평이다. 졸업시즌을 맞은 대학생들은 지난해말 기준 청년실질실업자 110만명에 달하는 높은 취업난을 보이며 이 세상을 향해 분노에 가까운 불평을 터뜨릴 것이다.
더욱이 4·11 총선 정국은 새해 벽두부터 사회 전체를 온통 불평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다. 선거구마다 지역 일꾼을 자처한 후보들이 대거 나서 인신공격성 헐뜯기와 비방, 흑색선전으로 우리 귀를 어지럽힌다.
선거전이 가열되면서 후보자별 출신지역과 학연, 지연으로 편이 갈린다. 편이 정해지면 상대편의 모든 것이 못마땅해 온갖 험담과 불만을 쏟아낸다.
나라 전체가 편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싸움을 하는 데 좋은 말이 오고갈리 만무하다. 선거기간 내내 상대편에게 상처를 주는 험한 말들이 쏟아질 것이고 그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는데 또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어떤 행위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고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면 불평과 불만, 원망을 하게 된다. 마음에 들지 않으니 좋은 말을 할 리가 만무하고 당연히 부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평도 자주하다 보면 마약처럼 중독돼 습관화된다. 어느새 사물을 항상 부정적으로 보는 사고체계가 정신을 지배해 마음을 병들게 한다. 개인적인 신세한탄, 가정이나 직장, 사회생활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불만 덩어리로 보이게 된다.
사회구성원들에게 불평의 소리가 많다는 것은 사회에 대한 만족지수가 그만큼 낮다는 것이고 결국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불평근절캠페인`이나 `감사편지쓰기 운동`, `내 탓이로소이다` 등과 같은 사회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불평의 습관화에 따른 사회부작용을 염려한 일종의 사회개혁운동이다. 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언어습관과 관계가 있다. 흔히 말에는 생명력이 있다고 말한다. 말하는 대로 행동이 이뤄진다는 논리다. 실제 미국 학회에는 인간 뇌 세포의 98%는 말의 지배를 받는다는 학술보고서가 제출되기도 했다. 말을 하면 뇌에 입력되고 뇌는 척수를 지배해 행동을 좌우한다는 이론이다. 긍정적인 말을 뇌에 입력하면 긍정적이고 건강한 행동을 출력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의 생명력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다. 기독교인들은 기도를 생활화하고 있다. 기도를 통해 일상에 대한 감사, 생활에 대한 반성과 다짐, 절제된 삶의 실천, 이루고 싶은 소망을 말한다. 이처럼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기도의 말은 뇌에 전달돼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고 끝내 말한 대로 구원을 얻게 된다는 믿음이다. 불평근절 캠페인을 생활속에서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1980년대에 일본 수상을 지낸 다케시다의 언어습관은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불평하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이 있어도 화내지 않는다. 남을 비방하지 않는다`는 `삼무처세술`을 지켰다고 한다. 그가 일본정치의 중심에 서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같은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본정가를 평가한다.
긍정적인 말 한마디가 인간의 정신과 생명을 살리고 우리 사회를 살 맛나고 아름답게 만든다.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부정적인 말은 가급적 삼가자.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