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난업체 무리한 인양 계획 드러나밀려온 기름 백사장에 쌓여… 환경오염
구조작업을 책임진 일본 구난업체가 무리한 인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데다 진행중인 방제 작업도 눈앞의 문제에만 치중되고 있어 또다른 환경문제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영일만항 앞바다 백사장. 백사장을 삽으로 파보니 샌드위치처럼 기름 찌꺼기가 층층이 쌓여 있었다. 기름 두께는 약 40㎝. 밀물에 밀려온 기름 위에 모래가 퇴적되면서 생긴 것이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응고돼 있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름철에는 이 기름이 녹아 바다로 다시 흘러갈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포항시에서 복구해야 한다”며 “일본 선주가 물어야 할 돈을 우리가 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 선사가 가입한 보험으로 원상 복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이모(54)씨는 “겨울바다를 찾아 바라본 맑은 바닷물은 아무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착각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 김모씨는 “테트라포드 방제도 잘못됐다. 지금 방법은 기름을 다시 바다로 흘려보내는 꼴”이라며 “육지로 옮겨 기름을 제거한 후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경북도와 협의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방파제와 갯바위를 중심으로 오염 상태를 파악 중”이라며 “방제에 대한 보험 보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백사장 오염에 대해 실사를 한 후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인양 방법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닛폰 살베지(Nippon Salvage)는 10개의 WBT(Water Ballast Tank, 물을 넣고 뺌으로써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탱크) 중 8개와, 3개의 연료탱크 중 2개가 파손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기름 이적 작업을 완료하지 않은 채 인양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름 이적 작업이 장기화되면 선박의 파손도 우려되고, 부력 확보도 힘들어 예인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닛폰 살베지의 입장이다. 현재 파손된 연료탱크에는 약 700t의 기름이 실려 있다.
해경 관계자는 “추가 해양오염 예방 차원에서 기름 이적 후 인양을 명령한 상태”라며 “닛폰 살베지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인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용안리 일대 주민 100여 명은 글로벌 레거시호가 좌주한 해안가에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했다.
/김상현기자 sh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