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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비테의 자녀 교육법

등록일 2012-01-27 16:35 게재일 2012-01-2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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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교직 10년 차에 접어든다. 초임 발령을 받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그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깨달았다. 수많은 사고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이다. 청하, 구룡포, 죽장, 상옥, 달전 등을 거치면서 만난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이 떠오른다. 그와 동시에 아이들의 부모님도 몇몇 떠오른다.

학교에 있으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는 아이를 보면 부모를 알 수 있고, 부모를 보면 아이의 장래를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 화요일마다 SBS에서 방영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은 `내 아이의 문제는 어디서부터 비롯됐나?`를 섬뜩하게 보여준다. 문제는 늘 부모에게 있었다. 곱씹어보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사 중에는 자식 농사가 가장 어렵고, 노릇 중에는 부모 노릇이 가장 어렵다. 부모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고스란히 아이의 마음에 쌓인다고 하니 지난해 첫딸을 얻은 필자부터도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가뜩이나 학교폭력과 무한경쟁으로 흉흉한 세상이니 부모의 올바른 가정교육은 더욱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칼 비테의 자녀교육법`은 일독할만하다. 사실 이 책은 지난 200년 동안 영재교육의 경전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하지만 오늘날의 관점에서 봤을 때 영재교육보다는 올바른 가정교육의 한 예로 소개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가치는 칼 비테가 손수 실천한 가정교육의 면면에 있다. 200년이나 지났지만 칼 비테와 그의 아내가 보여준 자녀교육에 대한 소신과 헌신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칼 비테(1748~1831)는 19세기 독일의 유명한 천재였던 Jr. Witte의 아버지이자 목사였다. 그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을 가정교육을 통해 훌륭하게 길러 낸 경험을 바탕으로 1818년 `칼 비테의 교육`이란 책을 썼다. 당시 루소와 페스탈로치는 재능과 환경의 중요성을 각각 강조했다. 칼 비테는 페스탈로치의 견해에 가까웠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아이들이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을 받는다면 누구나 80~90%까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누구나 잠재력(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고 특히, 4세 이전의 환경이 아이의 인격과 재능, 소질에 큰 영향을 준다고 칼 비테는 굳게 믿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첫째는 언어, 음악, 문자, 그림과 같이 지능을 형성하고 대뇌 활동의 기초가 되는 것과 둘째는 올바른 인성과 태도다” 칼 비테는 가난한 시골의 목사였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또한 성공적인 자녀교육의 첫걸음은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부모가 금세 알아차리는 것”에 있고, 이는 “부모와 아이가 하나의 띠로 연결되었다는 뜻으로 훗날의 교육에 감정적인 기초”가 된다고까지 말한다. 오늘날의 교육이론에 견주어 봐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이밖에 아이가 즐겨 먹는 음식과 식습관의 중요성, 청각으로부터 시각, 미각에 이르는 오관 훈련, 카드를 통해 게임하듯이 가르친 신화와 성경과 역사, 무엇을 물어도 인내심을 가지고 대답해줌으로써 기를 수 있었던 창의력과 상상력…. 칼 비테는 늘 아이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문제를 제기하도록 동기를 부여했다. 한 번은 아들이 바다에 관한 책을 읽고 바다를 무척 보고 싶어 했다. 내륙지방에 사는데다 가난한 목사였던 칼 비테는 아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기 위해 돈을 조금씩 모았고 마침내 지중해를 향해 떠났다. 처음 바다를 본 아들은 매우 기뻐했다. 칼 비테는 늘 `백문이불여일견`의 신념을 지켰다. “책을 만권 읽는 것보다 천릿길을 돌아다니며 직접 보는 것이 더 낫다. 자연과 현실은 책보다 더 풍부하고 생동감 있는 지식과 지혜를 가르친다”를 믿고 실천한 것이다.

칼 비테의 자녀 교육법을 읽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머리가 숙연해진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부모란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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