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중국의 개혁 개방으로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서해를 끼고 있는 한반도 남부 서해안이 새로운 기회의 지역으로 부상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호남고속 철도가 놓이는 등 이른바 서해안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서해안의 여러 항구와 공단들이 이같은 인프라를 기반으로 중국과 연계되는 사업을 활기차게 전개함에 따라 경제가 엄청나게 발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국토 개발계획도 서해안과 남해안을 있는 L자형으로 확정하는 바람에 경북의 동해안은 정부 계획에서 소외되고 말았다. 동해안과 영일만의 영광은 찬밥신세가 되었고 때맞춰 등장한 호남연고 정권의 기간 동안 낙후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경북도와 포항시, 지역정치권과 경제계의 줄기찬 노력에 힘입어 2008년 정부가 국토개발정책을 U자형으로 선회하면서 동해안을 정부개발 정책에 포함시켰고 그것이 결실을 맺어 신년들어 포항-영덕 동해안 고속도로 영일만 관통사업이 성사된 것이다. 실로 20년 가까운 오랜 세월의 한이 풀렸다. 2020년 완공 목표로 시작되는 이 사업은 포항에서 영덕을 거쳐 상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이지만 초점은 영일만에 맞추어져 있다. 당초 육지노선으로 계획 되었던 것이 해저터널을 포함한 영일만을 관통하는 대교를 건설해서 도로를 건설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것이다. 영일만 뻘밭에 제철공장을 건설한 이후 같은 장소에 또 하나의 대역사가 이뤄지게 되었다.
영남권 주민들은 이 사업을 계기로 제2의 동해안시대, 제2의 영일만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다. 서해안에 비해 낙후된 설움을 씻자는 것이다. 때마침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유럽을 중시하던 대외정책을 아시아 올인 정책으로 변경한다고 천명했다. 그 첫 단계로 환태평양자유무역 협정을 추진하고 이미 성사단계에 와 있다. 이미 포항은 환동해권 발전정책을 추진해 왔고 포항신항만 건설을 계기로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아직 태평양 자유무역협정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21세기는 아시아가 다시 세계사의 중심에 서게 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한가운데 처한 우리는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의 통로와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시아를 향해 불어오는 환태평양 자유무역국가의 경제 바람이 동해안으로 불어오면 과거 영일만에 세워진 포스코가 한국중흥의 견인차 역할을 했듯이 동해안시대의 영일만은 또 한 번 한국선진화의 표상지역으로 부각될 수 있게 되었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포항~영덕 고속도로가 남쪽으로는 울산과 연결되고 영덕에서 서쪽으로는 상주와 연결됨으로써 동해안과 서해안이 고속도로로 연접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교류로 얻어지는 서해안의 여러 효과들이 이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안으로 전해지고 동해안의 환태평양 효과가 서해안으로 흘러가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민이 명심해야 할 것은 과거 대구~포항간 고속도로가 정권교체로 지지부진했던 사실이다. 정권이 어떻게 바뀌든 동해안 고속도로는 계획기간 이전에 완공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