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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 듣기에 따라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1-20 20:58 게재일 2012-01-2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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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말을 듣는데는 첫째 깊이 있게 사려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고려 공민왕 때부터 조선 문종때까지 90세의 천수를 누리면서 87세 관직에서 사임할 때까지 무려 58년을 공직자 생활을 했다는 방촌 황희는 정승으로 유명하다. 오늘날 국무총리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방촌이 그렇게 오랫동안 고위직을 유지하며 명재상으로 유명하게 된 것은 `다른 사람의 진심을 잘 읽고 적절하게 대응할 줄 알았던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그 지혜의 핵심에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지혜가 한 방법이라 한다. 하루는 방촌이 한 시골길을 걷다가 논둑에서 일하다 쉬고 있는 누런 소, 까만 소를 보았다. 방촌 황희가 소 주인에게 다가가 두 마리 소 중에서 어느 소가 일을 더 잘하는지 물었다. 노인은 방촌의 귀에다 입을 대고 어느 소가 더 낫다고 속삭였다. 방촌이 그 노인에게 왜 속삭이며 말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짐승이라도 사람의 말의 좋고 나쁨을 짐작한다면서 당신은 나이가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나무랐다. 방촌은 노인의 말에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다. 방촌 황희가 한평생 간직한 겸손하고 어질고 후덕한 덕과 도량은 노인의 이 한마디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한다. 말은 원래 속에 품은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말은 상대방에게 영향을 준다. 그래서 매우 민감하다. 상대방이 들으면 싫어할 말은 가급적 삼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둘째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한다. 즉 `마음읽기`이다. 한 예화로 두 여종이 싸웠다. 두 사람의 의견을 듣던 방촌은 각각에게 욕설한 그 말이 맞다고 했다. 곁에서 지켜보던 황희의 아들이 못마땅한 말투로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다. 어찌하여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다고 합니까 하고 물었다. 네 말도 맞다. 문제해결의 방법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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