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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땅에서 포항을 생각하다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2-01-10 23:22 게재일 2012-01-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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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로스앤젤레스는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은 덥고 겨울에도 낮에는 섭씨 27~8도까지 올라가는 따뜻한 지역이다. 사막기후에 가까울 정도로 강우량은 낮지만, 겨울은 우기이므로 비도 오고 수목들도 잘 자라며 사시사철 오렌지가 열린다.

하지만 로스앤젤레스공항에 비행기가 착륙할 때 내려다 본 풍경은 물론 겨울인 탓도 있지만, 푸르름이 없었다. 인근의 주택지는 스프링클러 덕분에 수림이 우거져 있으나, 주변지역은 퇴색된 공장들과 갈색의 광야였다.

우리 한국 땅은 어떠한가? 흰눈 쌓인 한 겨울 외에는 어디를 가도 진초록의 푸르름이다. 해외여행에서 돌아오며 느끼는 우리나라는 황량한 몽골의 울란바타르나 캘리포니아의 회색빛 수림대에 비하면 너무나 아름다운 초록의 연속이다.

하지만 필자가 거주하는 포항시를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아직도 푸르름 보다는 헐벗음이 눈에 보인다. 이 지역은 토양도 척박하지만 몇 차례 산불에 인근 산들이 타 버려서 갓 심은 어린나무들이 자라는 곳이 많아 멀리서 보면 낙타 등허리 같은 갈색 빛을 내보이고 있다.

도심은 어떠한가? 포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도시들이 그러한 것처럼 도심 대부분이 건물과 도로 등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의 연속이다. 녹지대나 공원이 매우 드물어 도심의 40%가 녹지대라는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도시들이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

물론 도시는 푸르름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도로, 상하수도 등 SOC가 필요하고 비즈니스, 산업시설이 필요하고 주거단지와 교육문화시설이 필요하다. 특히 비즈니스와 산업시설은 도시의 지속적인 번영차원에서 세계의 수 많은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2012년을 맞아 필자는 포항이 비즈니스, 산업, R&D 활동들이 융성해지고 시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나아지기를 바란다. 이미 갖추어져 있는 산업 및 R&D기반이 더욱 잘 활용되고 국가적인 전략산업 및 연구기관이 배치되고 영일만항을 통해 국제무역 및 비즈니스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국내외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우리 포항이 지속적으로 번영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정책의 수립과 기업·민·관·학의 노력이 경주되기를 바란다.`동해안성장의 전략적 중심`이자 `환동해권의 경제허브`로서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 말이다.

요즘 Value Chain이나 Supply Chai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지역산업의 상세분석 및 취약점들을 보완하고 강점들을 더욱 살리기 위한 적정정책의 수립 및 실행이 지극히 필요하다.

2012년을 맞아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포항이 이러한 경제산업 정책 뿐만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정책들을 함께 추진해서 관련 인프라가 갖추어지고 도심수림대가 더욱 확장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리하여 포항이 첨단산업 및 비즈니스의 도시이자 환경친화적인 모범도시로 변모되자는 것이다.

포항의 많은 시민들은 `바다의 푸르름`을 도시의 상징으로서 여긴다. 하지만 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첨단산업도시로서 국제비지니스도시로서의 위상이 현시점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어제 한국의 글로벌 티비 네트워크인 `Arirang`에서 배운 대로, 화가나 음악가들의 언어를 빌려서 문화예술 및 경제산업을 빗대어 표현한다면 우아하고 예술적인 파란색이나 보라색도 중요하지만 좀 더 남성적이고 정열적인 빨강색과 노란색도 중요하다고 본다. 높고 다채로운 장구나 꽹과리 소리도 중요하지만, 둥둥 북소리와 지잉- 징소리로 대변되는 굵은 선율이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2012년을 맞으며 필자는 고향인 포항시가 좀 더 굵은 선율의 좀 더 강한 정열의 빛깔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비전적인 발전 내지 행동목표인 `다이나믹 코리아`나 `파워풀 포항`이라는 개념 그대로를 좀 더 나타내 보이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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