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별의별 일을 겪기 마련이지만 우리네는 이 속담처럼 처신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해당되는 직업이나 문화를 꼽으면 정치인과 선거문화다.
그렇다고 모든 일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할 수 없고, 차라리 미래 보험에 가입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인정을 베풀 수도 있다. 하지만 내 형편을 전혀 모르고 도움을 받는 이가 형편에 맞게 베풀었는데도 불구하고 `베품`이 적다고 욕하는 것이 세상사다.
경행록(景行錄)에 “은혜와 의리를 널리 베풀라. 사람이 살면서 어찌 어디선가 서로 만나지 않겠는가. 원수와 원한을 맺지 말라. 길을 가다가 좁은 곳에서 마주치면 피하기 어렵다”라는 것은 선행의 현실적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처지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을 강조한 것이며, 간과할 수 없는 경구이기도 하다.
신묘년의 말은 비난과 흑색선전이 난무할 내년 국회의원 선거 서곡으로 마무리한다. 내년 4월 총선은 차기 대선을 앞둔 전초전이다. 때문에 여야는 사사생생(死死生生)으로 이 선거를 치를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 총선에 낙선했던 인사들이 현 의원들 또는 지난 경쟁 상대와 `다시 한번 붙어 보자`며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다. 총선이 더욱 재미있는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 당선된 지자체장들은 선거 기간 동안 한 껏 `폼`을 잡을 수 있으며, 주식으로 치면 `블루 칩`이다. 왜냐하면 `판`이 바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지방선거 당시 공천을 받는 과정에 시달림을 당했다. 당시 출마했던 모 인사는 “온갖 연줄, 자금, 마누라 빼고 동원할 것은 다 동원해 봤다”는 말을 통해 우리네 정치구조가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특정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또한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힘이 세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선 환경은 `이중 구조`다.
총선 출마자는 공천을 받기위해 일단 정당 유력 정치인과의 관계설정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자금, 인맥 등은 필수다. 그리고 득표를 위한 수순으로 지자체장과의 유대관계를 재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세`는 제외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갑`인 지자체장에게 무한한 애정 표시를 해야만 하는 `을`의 신세가 된다.
세상사 중 특히 `선거`라는 괴물은 순리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역전된 환경에서 지자체장들은 `후일`은 접어두더라도 전자에 대한 `분풀이` 또는 `속풀이`를 한다.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이 서로 물고 물리는 정치환경 속에 전판의 승자와 패자들이 조만간 다시 한판 붙는데 이도 결정과 선택은 `유권자`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렇지만 선거의 끝은 당선자에게는 해피엔딩이지만 낙선자 입장에서는 철저히 복수전을 하겠다는 `칼갈이`의 시작이다. 결국 선거는 정적과 원수만 남기는 처철한 전쟁터라는 것을 어느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현재 예비 후보등록을 한 면면을 보면 지난 선거에 낙선한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그래서 총선 뿐아니라 대선 등 정치 관련 선거를 재미있게 표현하면 `원수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 가 적절할 것 같다. 옛날에 조상이 덕을 베풀면, 그 덕이 자손에 까지 미쳐 반드시 보답을 받게 된다고 믿었다. 역으로 조상이 잘못을 저지르면 그 화도 자손에게 미친다고 보았다. 속담이나 옛사람들의 지혜가 선거에 적용하면 너무 딱 맞다. 평소 덕(德)을 베풀면 머리 조아릴 일도 없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