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단풍잎으로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18 21:07 게재일 2011-11-18 23면
스크랩버튼
일본을 방문해 보면 한 마을에 하나의 상품을 세계의 최고로 만드는 일촌일품(一村一品)의 상품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저 물건을 팔기 위한 상술이 아니라 어디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고급품들이라 많은 관광객들의 시선과 관심을 사로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마다, 도시마다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이 있긴 하지만 그 다양성이 단조롭고 장기적 성장이 희박한 지경이다. 경북 지방 같으면 경주 황남빵, 영덕 대게, 상주 곶감, 안동 간고등어 등이 거의 전부이다. 일본의 한 예를 들면 전체 면적의 89%가 산지(山地)인 일본 남부 도쿠시마현 가마카쓰 마을. 2천명 인구 중 절반에 가까운 946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단풍나무 잎 등 여러가지 나뭇잎을 닦고 포장하느라 마을 주민이 총 동원되는 일들이 한창이라 한다. 나뭇잎은 평범했지만 쓰임새가 요긴했다. 바로 일본 요리에는 빠질 수 없는 장식잎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10여장의 나뭇잎을 포장한 팩을 500엔(약 7500)에 판다. 한 마을 기업인이 각종 나뭇잎을 상품화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업인 이로도리는 일본 전역의 요리집에서 들어오는 장식잎 주문과 시세 정보를 농가에 알려주고 나뭇잎을 위탁 판매한다. 장식잎 유통을 처음으로 체계화 했다. 지금도 7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5억엔(약 45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6만여 개의 마을기업이 설립돼 농가 소득 증대와 마을 살리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마을기업은 초보 단계다. 행안부는 2011년 248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500여개의 마을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미비한 편이라 한다. 일본 산골마을 `단풍잎의 기적`처럼 꾸준한 사업이 필요하다. 일회성 지원보다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자립형 사업이 급선무이다. /손경호(수필가)

종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