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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의 新黨病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1-16 23:40 게재일 2011-1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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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흠 시사칼럼니스트
선거 때가 되면 도지는 고질병이 두 가지 있다. 개인적으로는 출마병(出馬病)이 있다면 집단적으로는 신당병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출마병은 정치에 물든 사람에게는 평생 낫지 않는 병이라면 신당병은 정치 무책임증과 국민기망증이 겹쳐져 주기적으로 도지는 병이라 할 수 있다. 출마병의 극치는 가족적 비극이면서 사회적 비극이 되는 것이다. “아버지가 당선되면 나라가 걱정이고 아버지가 낙선되면 집구석이 망한다”던 항간의 우스갯소리가 이같은 사정을 말해주는 것이다. 신당병의 극치는 정치적 비극이면서 국민적 비극이라 하겠다. 장난감 집을 짓듯 새로 만들었다 부숴버리고, 이것 만들었다 다시 저것 만들고, 이름도 이랬다 저랬다 마구 붙였다 뗐다하는 바람에 “어느 당이 어느 당인지 알 수 없다”는 유권자의 비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인 것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 병들이 한창 창궐하고 있다. 여야의 전현직 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단체의 회원들과 대학교수 기업인 등 각계의 정치지망생들이 정당과 선거구에서 벌써부터 혼란의 소용돌이를 만들고 있다. 출마병이 병세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정당도 여당인 한나라당의 경우 이대로는 승리한다, 못한다로 나뉘어 분당이다, 재창당이다 하는 소음을 내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선 후보도 내지 못하더니 통합신당을 만든다며 합당의 방법론을 두고 당내외의 분란에 휩싸여 있다. 신당병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직 후보로 나서거나 정당을 만드는 것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자유에 속한다. 그러나 정당정치를 채택하는 우리의 경우는 후보 개인의 자질과 능력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 못잖게 정당에 대한 정강 정책을 분석하고 정당에 의한 책임정치를 중시하고 있다. 정치의 대원칙은 정당정치에 의한 책임정치의 구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책임정치 원칙과는 달리 최근 무소속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계기로 진보와 보수 성향을 막론하고 시민단체 출신 인물들이 정치판에 쏠리는 현상은 새로운 출마병으로 진단될 수 있다. 이러다가는 시민단체 회원이면 누구나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을지 모르겠다. 시민단체는 정치권의 감시를 임무로 하는데 정치권으로 다 가버리면 누가 남아 시민운동을 할 지 알 수 없다. 설사 남아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앞날의 정계진출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몰두한다면 시민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신당의 경우도 야당에서 추진되는 통합신당의 논의는 인물들만 놓고 보면 노무현 정권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재건작업과 흡사하다. 다만 그 때와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시 친노 시민단체 인물들까지 본격적으로 이 당에 합류하면서 참신한 정치세력인양 당명을 바꾸려는 정도랄까. 그렇다면 공천 과정에서는 그 때에 비해 어느 정도 물갈이가 될 지 모르나 총선과 대선에서 통합신당은 결국 옛 열린우리당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는 셈이다.

여당의 경우는 이제 MB정권이 끝나는 판에 다음 대선주자와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계산하는 분당 수준의 신당논의라 할 수 있다. 친박(親朴) 세력과 반박(反朴) 세력간의 정략적 판단에 따라 당을 그대로 두거나 분당을 하자는 것이다. 새로운 인물 영입(특히 젊은 층)과 친서민·친청년 정책으로 당을 쇄신하자는 세력은 당을 리모델링하는 정도로 끌고 가자는 것이다. 당내 친박세력과 당외 친박세력을 모아 창당하자는 논의, 당내 반박세력과 당외 보수 반박세력을 합쳐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논의는 MB정권의 실패를 털어버리고 자신들이 내세우는 인물과 간판으로 심판을 받자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의 신당 논의도 결국 국민과 함께한 정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것이다. 과거 잘못에 책임지는 각오 없이 선거 때만 되면 가면을 쓰고 국민을 속이는 정당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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