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작년 수능 이어 올해도 고난도
입시기관 메가스터디가 지난 11일 오전 7시30분 기준으로 수험생 8만6천624명의 가채점 결과를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수리 가형의 1등급 컷(등급 구분점수)은 89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79점)보다 10점 오른 것이다.
자연계 수험생들이 치른 수리 가형은 만점자 비율이 0.02%(35명)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어렵게 출제된 지난해 수능보다는 쉬웠다. 하지만 만점자 비율이 각각 3.34%, 1.53%였던 6월,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상당히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수리 가형이 올해 수능에서 가장 변별력 높은 영역이 될 전망이며, 만점자 비율도 당초 목표치인 1%에 훨씬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어 영역도 가채점에서 1등급 컷이 작년보다 3점 오른 93점으로 추정됐다. 입시기관과 수험생들이 까다로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과 일치하는 결과다.
언어도 작년 수능에서 만점자가 0.06%(403명)에 그칠 만큼 매우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상승 폭이 결코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이처럼 수리 `가`와 언어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어려웠던 것으로 나타난 이유는 EBS 강의·교재와 연계되지 않은 `비연계 30%`에서 출제된 고난도 문항 3, 4개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리 `가`의 경우 지수함수 문제인 30번을 비롯해 21번, 24번, 28번 등 비연계 문제들이 까다로웠다는 평가다.
지수함수의 그래프를 이용해서 순서쌍의 개수를 구하는 30번(홀수형) 문항은 만점자를 가르는 최고난도의 문제라고 일선 교사와 학원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9월 모의평가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받는 가형은 21번(홀수형)과 29번(홀수형)이 어려웠다. 21번은 삼각형의 평면 위로 정사영 넓이의 최대값을 구하는 문제였고 29번은 직선과 평면이 이루는 예각의 크기를 구하는 문항으로 공간적 지각 능력이 많이 필요했다.
언어에서도 통합 지문이 출제된 비문학 부분과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소재로 한 20번, 비연계 문제인 21~24번 등이 결정적 문제였다고 지적된다. 비문학의 `양자역학` 지문(홀수형 47~50번)과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 지문(홀수형 17~20번)은 상위권 학생에게는 큰 무리가 없지만, 중하위권 학생에게는 어려웠을 문제로 꼽혔다.
`청각 체계에서의 음원 원리` 지문을 활용한 21~24번(홀수형) 문제의 기술 제재 지문은 과학 원리에 대한 이해를 요하는 문제라 1%를 가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됐다.
이렇게 되고 보니 최상위권 및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EBS 연계`가 큰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외국어(영어)와 탐구, 인문계가 치른 수리 `나` 영역은 쉬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1등급 컷은 수리 `나` 96점, 외국어 98점으로 추정됐다.
사탐은 11개 과목 모두 1등급 컷이 47점 이상(50점 만점)으로 추정됐다. 과탐도 생물 1,2를 제외한 대부분 과목에서 1등급 컷이 45점 이상으로 높게 형성될 전망이다.
외국어와 탐구 영역의 경우 배점이 높은 1문제만 틀리면 2등급으로 떨어지게 돼 상위권 변별력 확보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탐구영역에서는 동학 농민군의 활동을 파악하는 한국 근·현대사 11번과 선거구 획정안에 따른 정당별 유·불리를 분석하는 정치 12번 등이 어려운 문제로 평가됐다.
하지만 각 대학은 여러 요소를 조합, 반영해 나름의 전형기준을 만들기 때문에 원점수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통상 상위권 대학은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를 반영한 변환표준점수를 많이 활용하고 중위권 대학은 상당수가 백분위 점수를 반영한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각 점수의 유·불리를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에게 유리한 점수를 전형기준으로 활용하는 대학에 지원해야 합격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