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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겨울바람이 분다

이경우 기자
등록일 2011-11-14 23:27 게재일 2011-11-1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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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대구본부장
처음 그가 사표를 내고 총선을 준비한다고 할 때는 말리고 싶었다, 아니 말렸다. 그러나 그는 완강했다. “어차피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오겠습니까? 그러니 선배, 우리 세상 한 번 바꿔 봅시다” 했다. 나는 그의 용기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잘 나가는 부서의 빛나는 임무를 맡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앙부처의 나름 보람차고 더구나 앞으로 10년간은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을 깨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그의 용기가 장했다.

“한편으로는 무모하게 보일수도 있지만 이것이 내가 세상에 기여하는 한 방법입니다. 중앙의 대형 로펌에서 거액 연봉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앙 경제부처에서 고위직으로 있다가 내년 총선을 위해 과감히 뛰쳐나온 경우다. 이미 많은 준비를 한 듯 그는 자신이 출마할 지역구의 현역 의원 뿐 아니라 출마예상자들의 명단과 그들의 신상까지 꿰뚫고 있었다.

“대구를 바꾸기 위해서는 내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 특히 내 지역은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골목골목, 유권자 한 사람까지. 나는 그들과 일대일 면대하면서 소통한다. 내가 직접 손을 잡아보면 그들이 얼마나 변화를 갈망하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는 이미 이 지역에서 여러차례 선거에 나서 지역민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그만큼 지역민과 가슴으로 소통하고 있으니 2040이라거나 SNS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자천타천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또는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전에 없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선거 때면 으레 등장하는 그 인물이 그 인물 식의 재탕 보다는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할 조짐도 보인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직접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지난 10·26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이 될 것이다. 그의 당선이 보여준 SNS의 힘, 젊은 세대의 참여와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열망이 내년 총선에 투영될 움직임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지율에서 부동의 1위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질렀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과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가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정치권은 분석한다. 그것이 출마하겠다는 새인물이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은 한나라당 텃밭이라는 영남권에까지 후보 물갈이론으로 표출되고 있다. 물갈이를 통해 변화를 수용하고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지역에서는 꿈쩍도 않는다. 친이로서는 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뱃지를 달아야 하고 친박으로서는 자신이 당선돼야 박 전 대표의 대권가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들이다. 그래서 지역 바깥에서만 물갈이론의 태풍이 일 뿐 안에서는 요지부동이다. 몸을 던지는 사람은 없고 모두 자기가 먼저 살아야겠다고 설쳐대는 꼴이다.

지역의 한 현역의원은 이런 바람에 대해 “언젠들 바람이 불지 않은 적이 있었느냐?”고 되레 반문한다. 겨울이면 삭풍이, 봄에는 봄바람이 계절따라 불어오듯 선거철이면 선거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람이 불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오히려 지금보다 훨씬 위력이 강한 폭풍이 불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선거때마다 현역 의원의 절반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국회에서 초선의 비율이 17대에선 63%가, 18대 현 국회에서는 49%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총선이 힘드는 것은 그런 물갈이의 주체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누가 과연 조자룡의 헌 칼 쓰듯 쾌도난마식으로 물갈이를 주도할 것인가. 그것이 우후죽순 새인물이 등장하는 한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럼 다 같이 망하는 꼴을 눈뜨고 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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