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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 희망 갖기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11-11 22:38 게재일 2011-11-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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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락포항장성요양병원장
노인이란 사회를 살아가는 중에 많은 연습과 실패, 실험, 성공, 그리고 시행착오를 대가로, 이 모든 것이 소화돼 만들어진 나이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그래서 늙음은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성숙, 지혜, 균형, 문화 등등의 가치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노령의 시기를 무료한 시간, 단절로 출구가 없는 막다른 길, 사막으로 향하는 도로, 험한 비탈길 위를 지나는 시기 등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노인은 죽음이라는 낚시에 걸려버린 상태로 생각하고 사람들은 그 끝에서 허우적거려 봐야 소용없다고 여긴다. 노년의 시기는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이 떠나버리는 시기로서, 제일 큰 문제가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이다.

노년 생활은 필연적으로 나와 친구들이 멀게 된다. 그래서 노인들의 우정은 찢어져 없어지는 게 아니라 시들어 말라 가는 것으로 여긴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노인은 주변 사람들 모두를 매우 중요한 존재로 생각하면서 자기의 노후 프로그람을 세울 필요가 있다.

노년이 된 후에 욕망도, 계획도, 미래도 없으면, 의미 없는 생활이 계속돼 버린다. 그 노인의 앞에는 아무 맛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자기 앞에 계속될 것이다. 이때는 대화를 하고 싶어도 들어 줄 사람이 없다. 마치 이 세상에 자기만 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 것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홀로 사는 노인은 그것을 더 심하게 느낀다. 고독은 노인을 더 빨리 늙게 만든다. 지옥속의 모든 것이 이 고독이라는 단어에 모여 있다. 빅토르 위고는 `지옥이란 부재(不在)`라고 했다.

그들은 곧 죽을 것인데 무언가 새로이 시작한다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망각의 함정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어 소멸될 뿐인데…. 맥박이 사라지면, 내 인생은 무너지고 마는데 등 온갖 생각이 명멸한다. 이제까지 살아온 손때가 듬뿍 묻은 아파트가 다른 사람이 살기 위해 내부 공사의 망치소리가 들릴 때가 있다. 이때 그 소리는 나의 추억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는 작업인 셈이다.

늙어서는 생각이 흐릿하고 과거에 하던 습관화 되어 있는 것만 겨우 할 수 있다. 그래서 노인들은 미래를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노인이 무기력으로 나른해 하거나, 손끝도 까딱하지 않으려 하면, 바쁘게 돌아가는 이 사회에서 걸림돌과 같은 존재가 된다. 젊은이들의 길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자기의 경험을 가지고 세상의 변화에 분명한 몫을 담당해야 한다. 노인들의 생생한 경험과 앎, 그리고 지성을 그냥 길가에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은 노인이 자기를 포기하고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다. 은퇴자는 이웃을 생각지 않는 개인주의자가 아니다. 자기 실속만 챙기는 이기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다.

계획이 없이 늙어 간다면, 그는 이미 삶을 포기한 사람이나 다름없다. 무엇이든 사회에 남길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소소하고 작은 일이어도 관계가 없다. 그것은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또는 그가 생존 중에는 모든 계획을 실현하여 마무리를 짓지는 못할 수도 있다. 이때는 다음 사람이 이어받아 계속적으로 이뤄 나가면 결국 그 노인이 했는 것이 된다. 연결이 가능하다. 이어지는 것이다.

노년이 된 후에 그냥 우두커니 지내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활동을 하지 않으면 게을러지고 권태를 가져올 뿐만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인 능력을 잃게 만든다. 시계가 멈추기만을 기다리는 생활은 살아 있어도 살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지난 시절에 거처 간 직업들, 만난 사람들, 내가 거둔 성공이나 아깝게 느끼는 실패를 회상해 보면, 젊은이에게 들려줄 이야기 꺼리가 많다. 이럴 때 그들에게 이야기하는 노인들은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젊음만이 아름다움의 동의어가 아니 듯이, 늙음 또한 걸림돌의 동의어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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